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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달과 풀 Dec 20. 2022

울릉도 치명적인 약점

어느날 아침 육지에 가기 위해 배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와 그 남편인 듯한 분이 옆에 앉으셔서 나란히 가게 되었다.  그런데 아주머니 팔을 대충 어떻게 묶고계신거였다.  어찌된 사연인지 여쭤보니 아침에 밭에서 일을 하다가 바닥을 한 손으로 짚었는데 삐긋해서 뼈가 부러진 것 같다고.  그런데 이 섬에 기부스 해줄 사람도 더군다나 치료해 줄 의사는 더더욱 없기 때문에 급히 육지 병원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화장끼 없이 주름진 아주머니는 걱정스런 얼굴에 어두워보였고, 별로 친절해 보이지 않는 아저씨는 무심하게 옆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또 같은 직장의 어떤 여자분이 눈길에 걸어가다가 넘어졌는데 팔로 바닥을 짚다가 손에 금이 갔었다고 한다. 심한 통증을 느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곳의 의료원에는 기부스 해 줄 사람도 없고 의사도 없기에 오랜 시간 육지에 가서 기부스하고 치료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몇 달 전의 이야기다.  직장의 남자직원분이 계단을 내려오다가 넘어지셨다.  그런데 그날 의료원에 갔으나 당연히 기부스해줄 사람도 없었고, 치료해줄 의사도 없으니 의료원에서 대충 묶어준 상태로 집으로 돌아와 밤에 잠을 자고 다음날 배가 뜨지 않아 시간이 지난 후에 겨우 육지로 가서 병원에서 제대로 된 진찰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분의 수술을 맡은 의사선생님이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어깨에 골절상을 입었는데 제때에 병원에 오지 않아 부러진 뼈에 의해 주위의 조직이 손상을 입어 더 다쳤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분은 금방 기부스만 잘 했어도 더 큰 손상을 입지 않아도 되었었는데 내부 골절이 주위 조직까지 상하게 하였고, 또한 수술을 할 때까지 고통도 많이 컸으리라.

그 이후에도 치료는 정기적으로 하여야 하나 육지에 정기적으로 다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 드문드문 다녔고, 제대로 뼈가 붙지 않아 이차 수술을 하게 되었다.

이 섬은 화산섬이고 평지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길들이 경사가 져있고, 집들도 경사진 굴곡을 따라 지어져 있기 때문에 넘어져 다치는 일이 많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내가 아는 경우만 해도 벌써 세 번째가 아닌가.

그렇게 다치는 사람이 많을 텐데도 치료해줄 의료진이 없다는 것은 이 섬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아주 가끔 위급환자가 발생하면 헬기가 뜬다는 소리는 들었다.  그러나 이런 위급환자는 정말 생명이 오가는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여겨진다.  게다가 이곳에는 가끔 강풍이라도 불게 되면 그 헬기의 운전도 위험해질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이 섬에서는 아프면 안된다.  많이 불편하고 힘든 일이 되는 것이다.

이곳 도동에 있는 의료원에 몇 번 간 적이 있다.  첫방문은 멀미약 처방을 받기 위해서였다.  접수처에서 멀미약을 처방받으러 왔었다고 하고 접수하고 가라는 곳에 갔더니 이십대의 젊은 의사가 가운을 입고 나를 반기며 따라오라고 했다.  그 의사의 가슴에는 "성형외과 전문의"라는 명찰이 붙어있었던 것 같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멀미약을 처방????   그 의사는 공보의인 것으로 짐작한다.   

다음 방문 때는 내가 눈이 아파서 방문했던 것 같다.  의료원 접수처에서 접수를 하고 담당 의사를 만나러 갔다.  그리고 나는 그 의사의 가슴에 있는 명찰을 보았다. "산부인과" ㅎㅎ  나는 산부인과 전공 공보의에게 안과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곳에는 치과가 하나 있다.  한번은 음식을 먹다가 치아가 부서진 느낌이 들었다.  카운터에서 접수를 하고 나니 치아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그런데 그 사진이 '파노라마(치아 전체 사진)'다.   내가 의아하여 파노라마를 찍을 이유가 있는지 의아해하며 의문을 표하니 의사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단호하게 파노라마를 직어야 한다고 했다.   군소리없이 그 파노라마를 찍었다.   치료는 그 의사는 나의 파노라마 사진을 보지도 않고 내 부러진 치아가 어느 것인지 물어보고 살짝 갈아주고 끝냈다.

그럴거면 파노라마는 왜 찍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내 생각에는 이 섬에 환자가 많지 않고 간호사 월급은 줘야 하고 병원은 유지가 되어야 하니 그런 사진이라도 찍어서 수입을 올리려는 의도이지 않나 싶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병원유지가 어려워 개업도 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여하튼 이 섬에서는 가급적 아프지 말아야 한다.  의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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