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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달과 풀 Apr 28. 2024

속을 치료해야 비로소 제대로 낫는다.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친구는 늘 상사의 말도 안되는 말과 행동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것을 알기에 전화가 오면 또 무슨 괴로운 일이 있는가보다 싶어 얼마나 힘든지를 물어보면 마치 수도꼭지 물 쏟아지듯 상사의 이상한 행동에 대한 얘기가 한참이나 쏟아진다.

그렇게 한참을 듣기 괴로운 얘기를 쏟아내고 난 후에야 "아! 내가 너무 많은 얘기를 했네요. 그러려고 전화한 것은 아닌데...  놀러오라고요. ㅎㅎ"그런다.

그래서 나는

"산다는 것은 때론 견디는 거예요."

그렇다 산다는 것은 견디는 것이다. 그리고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내 마음에 맞는 사람과만 근무하는 것이 아니고 가끔은 정말 사이코패스같은 이상한 사람과도 한 공간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숨쉬고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인데 어찌 즐거울 수가 있을까?

그리고 퇴근후에야 내 맘에 맞는 사람과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들로 잠시 쉴 수가 있겠지만 직장생활은 내 맘에 맞지 않는 사람과 한가지 목표로 일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인내와 참을성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루중에 퇴근후 내 삶을 즐길 시간은 적고 대부분의 직장에서 그렇게 괴로움을 참아가면서 일을 하는 이유는 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꿀같은 급여를 받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 급여로 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하기에 쉬이 그만둘 수도 없고 그저 매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즐거울까?

때론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때론 내가 무능한 듯 여겨지고, 때론 정신병자같은 화풀대상이 된 것 같은 것을 참아야 한다.  그래도 때론 직장에서 웃을 일도 있고 행복을 느낄 때도 있다.

물론 그렇게 좋은 시간은 드물다.

오늘 내게 전화를 한 지인은 그렇게 삼십여분을 내게 하소연하듯 한참을 쏟아내고 난 뒤에 껄껄 웃으며 놀러오라고 하니 다행이라 여겨진다.

 예전 직장생활의 괴로움을 쏟아내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 삼키는 친구가 있었다.  살면서 누구나 다 힘들고 괴롭고 한 일들이 다반사인데 늘 우아하고 고고하게 괴로움을 속으로 삼키며 양반처럼 있으니 그 괴로움이 속으로 곪아들어 우울증이 극심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마음의 아픔과 괴로움은 상처의 고름같은 것이라고.....

겉으로 드러내고 짜내고 밖으로 나오게 해야 비로소 새살이 돋고 건강해질 수 있다고.

아픈 마음의 상처를 고이 묻어두고 겉으로 우아하게 고고한 것은 마치 속이 썩어가고 곪아가는데 겉상처가 아무는 보기만 좋은 거짓말로 낫는 상처인 것이다.

아는 지인중에 농기구에 발목을 다쳤는데 그 친구는 밖의 피부만 아문채 병원을 가지도 않고 있었다.

내가  그것을 보고 펄쩍 뛰며 병원에 빨리 가야한다고 말을 했더니 뒤늦게 병원을 갔다.

그리고 의사로부터 속살이 곪아 뼈까지 일부 상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상처를 다시 헤집어 속 살을 소독하고 치료하고 비로소 나을 수 있었다.

마음의 상처도 내게 전화한 이 친구처럼 그저 밖으로 드러내어 쏟아내고 해야 속이 곪지 않는다.  겉으로만 우아하면 무엇하나? 속이 곪는데..

그래서 속까지 괜찮은 것이 아니면 겉만 괜찮은 척 할 필요가 없다.

욕의 미학!

그래서 욕은 필요하다.

뒷담도 필요하다.

직접 상대를 보고 말 할 자신이 없는 사람 말해도 상대가 개선되지 않는 사람에게 불만을 말하며 갈등을 해결하지 못할거면 뒷담이라도 해야한다.

그래야 속이 조금이라도 풀린다.

욕은 아름다운 것이다.  치졸해보이고 비겁해보이지만 그래도 하고 나서 속이 편해진다면 할 필요가 있다.

그 욕을 직접 상대방을 보고 한다면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예의있게 뒷담으로 푸는 것도 살아내는 한 방법이다.  물론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닌 단순 시기질투에서 오는 뒷담은 곤란할 것 같다.

욕할 일이 없으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나이들수록 삶의 무게는 무거워져가고 책임도 느는데 욕마저 못하는것은 가혹하다.

나 자신 스스로 성인이 아닌데 성인흉내내며 살 수는 없다.   

세상살이가 이리 쉽지 않은데 어찌 매일 고고할 수가 있단 말인가?

오늘은 누구 뒷담을 할까나ᆢ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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