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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달과 풀 Jun 16. 2024

서로 다른 불완전한 동그라미 셋

서로 다른 모양의 완전하지 않은 동그라미같은 세 사람이 여행을 갔다.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많이 다른 세 사람

한 사람에게는 집을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다른 사람에게는 집에 반드시 가야하는 이유가 된다.


이박 삼일의 전라도와 부산 여행을 돌아오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여행의 아쉬움이 남은 경숙이 "그 멋진 호텔에 노래방 시설이 있으면 장사가 잘 될 것인데.."라는 말을 두어번 한 것 같다. 그런 경숙이의 말에 귀담아 듣지 않았더니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차안에서 도착후 노래방을 갈 것을 제안을 했다.  나와 원순이 그런 경숙이의 기분에 맞춰서 도착후 함께 노래방으로 갔다.  노래방을 가면서 원순이 노래방을 가면 피곤해서 나의 집에서 일박을 더 하고 서울로 전시회 관람을 가야한다고 말을 했다.

그런 원순이를 보면서 경숙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서울에서 원순이와 떨어져서 살고 있는 원순이의 남편이 집에 와있으니 집에 가야 하지 않느냐며 묻는데

원순이는 남편이 집에 와있으니 집에 안가도 된다며 까르르 웃는다.

"왜?"

"집에 남편이 와있으니 남편이 애 밥을 챙겨주잖아 그러니 내가 안가도 되지."

 원순의 남편은 서울에 살고 있고, 원순은 시골에 살고 있는데 오랜만에 남편이 여행을 떠난 아내 대신 아이의 밥을 차려주러 내려온 것이다. 그리고 아내인 원순이는 서울에서 내려온 남편을 보지도 않고 3박 4일의 일정을 소화하고 우리집에서 또 일박을 하고 다음날 서울로 전시회를 보러 가려는 것이다. 남편은 시골 아내의 집에 내려와 아이 밥을 챙겨주고 주말을 보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것만 보면 서로 사이가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그 어느부부보다 돈독해보이고 신뢰감이 있어보인다.

여행 내내 원순이는 남편과 수시로 통화를 하면서 여행의 내용을 전달하고 '천사 아빠'라고 저장이 되어있는 원순이 남편의 목소리는 항상 웃음을 머금은 다정한 목소리다.  그런 원순이의 남편에게 원순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를 하고, 무엇인가 일이 꼬였을 때는 남편을 찾아 일 해결을 부탁을 했다.  그러면 남편은 먼곳에서 원순이를 위해 호텔을 알아봐주고 예약을 해주고 했다.

그런 남편이니 경숙이는 당연히 원순이가 여행에서 돌아오면 남편을 보러 집에 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가야 한다고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런데 원순이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이 여행을 끝내고, 우리집에 하루 더 자고 서울로 전시회 관람을 떠난 것이다. 

사람은 참 다른 모양이다. 

경숙에게는 반드시 집에 가야 하는 이유가 원순에게는 집에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사는 모습이 다 다르기에 내 기준으로 해야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에게는 안해도 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 동그라미이지만 이런 저런 모양으로 다 조금은 찌그러지기도 하고 더 나오기도 한 매력있는 다른 모양의 동그라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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