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없는 여자 수술하다2

병실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다.

by 도이

수술을 하고 내 팔에는 항상 링거 줄이 데롱데롱 매달려 있다. 그리고 하루에 두 세번씩 간호사가 와서 위장보호를 한다며 한 병을, 간을 보호한다고 한병을, 또 수액을 한병을 하루에도 몇번씩 내 몸에 흘러들어가게 하고, 커다란 주사기로는 팔에다가 세개정도의 약을 짜서 넣었다. 시원한 액체가 내 혈관을 타고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알지도 못하는 정체불명의 여러가지 약들을 아침저녁으로 몇번씩 한가득 집어넣으니 내 혈관은 흡사 피 대신에 여러가지 약들이 흘러다니는 기분이 든다.

문제는 며칠이 지나니 주사기 꽂아놓은 팔이 붓기 시작을 하는 것이었다. 간호사는 다른 팔에 주사기를 옮겨서 꽂아주었다. 역시 이번 간호사도 주사기 꽂는 것이 실패를 한다. 내 혈관은 여전히 숨바꼭질을 하느라 피부 깊숙이 숨어있는 모양이다. 몇 번 시도를 하다가 이번에도 하얀 가운을 입은 경력이 오래되 보이는 간호사분이 출동하셨다. 그리곤 노련하게 내 오른팔에 주사기를 한 번에 꽂고 링거를 대롱대롱 달아놓았다.

문제는 너무 많은 약들이 내 몸속으로 투입되면서 입맛을 잃어버린 것이다. 도통 밥을 봐도 아무 생각이 없고 먹을 수가 없다. 오로지 먹고싶은 것은 시원하고 달콤한 과일뿐인데 병원에서는 과일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병원 밥을 겨우 반정도를 먹고, 또 약을 여러가지 먹었다. 링거로 투입되는 여러병의 약, 직접 팔로 집어넣는 세가지정도의 약, 그리고도 모자라서 알약 한봉지와 쭉 짜먹는 액체약까지 엄청난 양의 약들이 내 몸속으로 혈관을 통해 입으로 통해 들어가니 밥을 적게 먹어도 배가 고플 수가 없는 것 같다.

움직이지 않고 밥을 적게 먹고 약은 듬뿍 그러니 병원에 일주일 있으면서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딱 한 번 보았다.

한 번 화장실 가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정말 여러번의 시도를 해서 겨우 한 번 볼일을 보는 것을 성공하고 새벽에 편히 잘 수 있었다.

수술하고 4일째 되는 날 수술한 다리에 통기부스를 하러 갔다. 당연히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채로 누군가가 침대를 이리 밀고 저리 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가서 어떤 실로 데려다 주었고 그곳에는 중년의 의료인 한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친절하면서 자기 할 말들만 하는 것이 익숙해져있었는데, 기부스를 해주시는 분은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다른 분들과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본인도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아는지

"이 병원에 오니 어때요?"하고 묻더니

"네 좋은 것 같아요. 간호사분들도 교육잘 받으신 것 같고 친절하시고 병원이 쾌적해요"

" 좋으면 좋은 것이지 좋은 것 같아요는 틀린 말이예요."라고 훈계 비스므리하게 말씀하시더니 덧붙이는 말이

" 나는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지요? 나이도 많고 그리 멋있지도 않아요."

그 분이 나이가 많든 어리든 멋있든 안멋있든 나와는 상관이 없는데 그분은 그런 얘기들을 하신다. 아마도 분위기를 편히 해주시려고 한 친절함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분은 내 다리를 감아놓은 반기부스와 붕대를 풀고 통기부스를 하기 위해 발없는 스타킹 같은 것을 신기고 솜털을 빙빙 둘러 감고 마지막으로 석고붕대를 둘둘 말았다. 석고붕대를 둘둘 말고는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 힘을 줘서 구부리기를 몇 회를 하고는 뜬금없이 내게

"가위바위보 잘해요?"

" 예?"

" 가위바위보 해요. 해서 지는 사람이 노래부르기 해요."

그 방에서 나는 그분이 시키는 대로 가위바위보를 했어야 했고, 나는 가위를 내고 지고말았다.

다행이 그 분은 내게 바로 노래를 시키진 않고 컴퓨터로 돌아가 트롯음악을 틀어놓고 흥얼거렸다. 음악이 끝나고는 내게 와서 내가 졌으니 노래를 부르라고 한다.

나는 환자고 병원 종사자의 말을 들어야 하기에 뭔 노래를 불러야 하나 고심끝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전통민요를 부르기로 맘을 먹었다.

"사앙주~~ 하암창~ 고옹가알 모옷에~~ 연바압 따아는 저처자야~~~~~~~~~

여언 바압~ 주울 바아압 내따아 주울께~~~에 내푸움 아안에 자암들어라~~~~~"

노래를 짧게 불러놓고는 상주 도시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저 노래는 연인들의 사랑노래고, 상주에 공갈못에 얽혀있는 노래며, 더불어 상주의 소개를 곁들여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디에 가서 노래를 부르라면 고향도 아닌 내가 살고 있는 그 지역의 소개를 곁들여서 공갈못노래를 꼭 부르게 된다.

그 분은 내 노래를 듣고는 노래에 대한 평은 하지 않고 본인은 나중에 퇴직을 하면 좋은 맘맞는 여자를 만나 함께 캠핑을 하고 여행을 하면서 평온히 보내고 싶다는 꿈과, 예전 기차여행을 하면서 술을 마시고 새벽까지 놀았던 지난 날들의 추억을 내게 주저리 주저리 얘기해주었다.

나는 한쪽 다리에 통기부스를 하고 누워서, 그리고 그 사람은 하얀 가운을 입고 서서는 그렇게 하나도 영양가없는 이상한 얘기를 이상한 상황에서 주고받고 했다.

나는 꼼짝없이 그 분이 하는 얘기를 맞장구를 쳐주면서 듣고 있었고, 한참후에야 그분의 얘기는 끝이 났고, 침대를 옮기시는 분이 오셔서 나의 병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 병원 입원해서 기부스를 하게 되면 기부스가 굳는 동안 노래도 부를 줄 알아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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