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없는 여자 수술하다.3
진정한 환자가 되어 살아보다.
퇴원을 해서 집으로 오자마자 나는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병원 근처 의료기 상사에서 사온 기부스 비닐 커버를 낑낑거리며 착용을 하고 화장실 욕조위에 간신히 걸터앉았다.
무거운 다리를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 지 몰라서 욕조위에 겨우 걸쳐놓고 모서리에 궁둥이를 간신히 올려놓고 샤워를 시작했다. 일주일만에 머리를 감으니 살 것만 같았다.
나의 간병을 도와준 언니는 집으로 돌아가고 이제 스스로 한달여간을 살아야 한다.
외출을 할 수가 없고, 집에서 청소를 하기도 어렵다.
다리를 잘 움직일 수가 없으니 밤낮없이 누워있기만 하고, 약을 계속 먹으니 잠이 계속 오고 깨어있어도 종일 나른하기만 하다. 오전에 낮잠자고, 오후에도 낮잠을 자고, 밤에도 계속 잠을 잤다.
그렇게 잠을 자도 자도 계속 잠이 오고 나른한 가운데서 오히려 평화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오래 있어본 적이 별로 없던 나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와 휴식이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병이야 하루 하루 지나면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을 했으나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날 수록 내 생각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약을 계속 먹으니 속이 쓰리고, 속이 쓰리고 아프니 설사를 하루 세 번을 하게 된다. 운동을 하지 않고 낮밤 누워있거나 잠만 자니 체력이 너무 나빠지고 심지어 나빠진 체력때문에 조금만 더워지면 몸에 열이 나고, 조금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도 몸에 한기가 든다. 또한 다리 통증은 계속 지속되니 밤에 잠을 자도 깊이 잘 수가 없어서 꼭 낮에 지쳐서 낮잠을 두번씩 자게 된다.
내가 생각한 수술후 집에 있는 시간은 오직 다리만 불편한 것이었는데, 이 다리의 통증과 잘 움직이지 못해서 오는 불편함, 그리고 꾸준히 복용하는 약으로 인해 다리뿐만 아니라 다른 내 몸의 기능까지 함께 총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게 나빠짐을 느꼈다. 그래서 내가 그림을 그리고 공부를 좀 해보고자 한 생각은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아! 이래서 진정한 환자가 되는구나!
나는 다리 수술을 하고 집에 있는 병가기간동안 나름 그림을 그려보려고 그림도구들을 추가로 구입을 했고, 공부도 좀 할 생각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수술로 인한 역효과때문에 나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고 그저 땡볕에 늘어진 지렁이처럼 축 늘어져서 안방 침대에서 드러누웠다가 거실 소파에서 드러누웠다가 그저 장소만 옮겨가며 늘어져있으며 빨리 나의 통증이 줄어들기만을 바랄 뿐이다.
수술후 삼주가 지나서 병원에 들러 피검사와 엑스레이를 찍고 드디어 나는 통기부스를 풀었다. 동그란 전기톱으로 나의 기부스를 잘라내는데 혹여나 실수로 내 피부까지 톱날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꼼짝않고 몸을 맡기고 있었고 무사히 기부스를 떼어낼 수 있었다.
이젠, 보조기를 맞추고 목발을 짚고 걷게 되었다. 그런데 수술후 만 한달이 되어가는 내다리는 아직도 팅팅 부어있었으며 무릎뒤에는 피멍이 시커멓게 손바닥 넓이만큼 들어있었다. 마치 몽둥이로 심하게 두들겨맞은 다리 같았다.
수술후 두달이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이제 그 시커멓던 피멍은 좀 희미해져가고 있고 다리는 아직도 좀 부어있다. 일부 살들이 아직 감각이 조금 덜 돌아온 것 같다. 어찌 이리 오래가는지....... 거 참!!!
또 다른 나의 문제는 몸 불편한 나의 생활이었다.
다리가 불편해서 장을 볼 수도, 청소를 할 수도 , 더더군다나 요리를 할 수가 없는데 혼자 누구의 도움없이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은 기우였음을 알게되었다. 청소, 장보기, 요리하기가 어렵지 않게 해결되었다.
집에 진공청소기가 없어서 구입해야 했는데 마침 지인의 조언으로 로봇청소기를 구입했더니 그 로봇청소기가 집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매일 해준다. 로봇청소기가 평소에 청소하기 어려웠던 침대밑에까지 들어가서 깨끗이 먼지를 흡입하고 닦아주고 나오니 어찌나 기특하고 이쁜지 모르겠다.
장보기는 고민끝에 마트에 전화를 걸어서 혹시 주문하면 가져다줄 수 있는지 물으니 품목을 말하라고 해서 전화로 필요한 물품을 말하니 한 두시간 쯤 후에 집으로 물품이 배달이 되었다.
반찬은 지인의 소개로 반찬가게 밴드에 가입해서 반찬들을 주문하니 점심때쯤 집으로 배달이 되었다.
그렇게 전화기를 통해서 내가 필요한 것들을 요구하고, 혹은 밴드에서 반찬을 주문하고 돈을 결재하니 나의 생활은 염려했던 것과 달리 수훨하게 해결이 되었다.
속이 너무 쓰리고 설사를 여러번 해서 한의원에 전화를 해서 평소에 속아플 때 잘 먹던 약을 부탁드려서 퀵으로 받아서 먹을 수 있었다.
아! 전화기와 돈만 있으면 누구의 도움 없이도 사는 것은 해결이 되는구나!
난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