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 1

울릉도 적응기

by 도이

내가 이곳에 온 다음날부터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것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내리기 시작했다.

새하얗게 새하얗게 펑펑 내리는 눈들이 쌓이고 쌓이고 쌓이고 다져져서 길에는 눈썰매장이 되고, 지붕위에 눈들은 쌓이다가 쌓이다가 쌓여서 신혼부부 겨울 솜이불마냥 두텁게 쌓여있다. 그러다가 조금 녹아서 흘러내리다가 처마끝에는 투명 고드름이 송곳처럼 길게 매달려 있다. 그리고 다시 그 위에 눈이 내리고 내리고 내린다.


내가 살게된 허름한 8평남짓한 낡은 관사 창문으로 보이는 언덕에는 소복이 쌓여있는 눈들로 인해 나뭇가지들과 겨울에도 초록인 이파리들이 눈속에 파뭍여 그저 울룰불룩한 형채로 그 속에 초록이파리가 숨쉬고 있고, 마른 나뭇가지들이 숨죽여 봄을 기다리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눈들이 이리 많이도 내리니 안그래도 고립된 작은 집에서 더 고립됨을 느낀다.


세상의 대부분의 것들은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섬지방에 산다는 것이 심한 고립을 느낄 수 있는데 그 고립감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좋기도 하다.

고립이 된다는 것은 내가 세상밖으로 잘 못나가 답답하기도 하지만,

세상의 복잡한 것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자유로울 수 있어 좋은 것이다.

이곳에 온지 두 주가 되어가는 지금까지는 나는 이 고립감이 좋다.

고립되어 느끼는 외로움이 크게 다가오지 않고 세상밖의 시끄러움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아지트에서 조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크게 다가온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빛이 들어오지 않은 깜깜한 공간이 낯설지만, 불을 켜면 금새 어두움이 사라지고

낡지만 하얀 탁자가,

작고 초라하지만 깨끗한 씽크대가,

그리고 흡사 70년대로 거슬러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낡은 황토색 합판으로 된 방문과

옛날의 벽장문이

그리고 낡은 황토색 합판의 화장실 문들이 정겹게 느껴지고 아늑하게 느껴진다.


언 몸으로 밖에서 들어와 신발을 벗고 부엌으로 들어서면 공기는 차갑지만 따스한 바닥이 발끝에 느껴지며 내 몸이 녹아진다.

이곳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다.

고요하다. 이 고요함이 평화롭다.


울릉도의 생활은 육지와 다른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다른 것들이 신기하고 재미가 나다.

작고 좁은 길들 옆으로 다양한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보기에 정겹다.

부자동네를 보면 부럽고 하지만 정겨움을 느낄 수가 없는데 이런 좁은 골목들은 정겨움을 느낀다.

집들이 담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서 서로간의 비밀이 없어보이는 것 같다.

마치 한 집에서 다툼이나 웃을 일이 있으면 옆집에서는 그 소리로 옆집의 분위기 파악을 금새 할 수 있을 것 같다. 옆집에서 부부싸움을 하는지, 딸아이들이 장난을 치는지, 오늘은 고기를 구워먹는지 비밀이 적어보인다.

나는 내가 살던 육지에서 홀로 뚝 떨어져나와서 홀로 조용히 있음을 즐기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다닥다닥 붙어서 사는 모습에 정겨움을 느낀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기도 하다.

가게 이름들도 참 정감이 간다.

오빠여행사, 까까머리방, 정애식당, 등등..


내가 정착한 곳은 울릉도에서도 가장 번화가이고 시내에 속하는 저동이다.

나는 이 동네를 서울의 명동이고, 미국의 뉴욕이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나는 새로운 삶을 오롯이 홀로 보내게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해외에 살게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