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복도에 쌓여있는 물건들이 좁은 복도를 지나다니는 나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비가 오면 그 택배박스들이 비에 젖어서 축축해 져 나중에는 그 안의 물건들이 상할 것이 염려가 되었다.
내것이 아니라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자꾸 신경이 쓰여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서 집안에 넣어주었다.
내가 사는 집의 복도에는 샷시가 설치되어있지 않아 비가오면 그 비가 복도에 다 들어오고, 눈이 오면 눈이 복도에 새하얗게 소복이 쌓인다. 울릉도 섬에 눈은 또 어찌나 자주 오는지 그리고 오면 이틀연속 내리니 눈구경은 실컷 한다. 이 눈이 쌓였다가 녹으면 택배물건들이 눈녹은 물에 축축히 젖는다. 그래서 나는 즐거운 맘으로 택배들을 낑낑대며 그 집 현관으로 넣어주었고, 좋은 일을 한다는 마음에 나도 즐거이 했다.
문제는 어느날 그 집에 엄청 큰 택배가 왔는데 나는 그것을 그 집에 넣어줄 요량으로 문을 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집에 주인의 허락을 받고 하룻밤 기거하려고 온 손님분과 마주쳤다. 졸지에 나는 주인 없는 집의 문을 연 나쁜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거리낄 것이 없었기에 택배를 안에 넣어주려고 한다고 말을 하며 나의 행동에 대해 해명을 했다. 그리고 그분들이 직접 택배물건을 집안으로 들여놓았다. 그 좁은 집 현관은 택배물건으로 가득찼다. 나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그 손님분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듯도 했다.
그날 이후 한주쯤 지난 어느날 나는 그집 문앞에 쌓여져있는 종이상자택배물품을 또 넣어주려고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비밀번호가 먹히질 않았다. 두 번을 시도하고는 포기했다. 방문객이 비밀번호를 바꾼 것이었다.
지난번 내가 택배물건을 그 집에 넣기위해 주인없는 집의 문을 연것이 그 방문객의 오해를 샀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기분이 이상해졌다.
나는 좋은 일로 그리한 것인데, 오해를 일으켰고 그래서 그분들이 현관비밀번호를 바꾸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옆집에 택배물건은 다시 하나 둘 자꾸 쌓여갔고, 어느날은 눈이 펑펑 내렸다.
섬지방에 눈이 내리면 이틀을 연속 내린다. 눈이 내리고 난뒤 날이 포근해지니 복도에 쌓인 눈들을 초록색 프라스틱 삽으로 대충 치웠어도 눈 녹은 물이 흥건해졌고, 종이박스 택배물품은 눈녹은 물에 젖어들었다.
나는 그 젖어들어가는 택배물건들을 보며 왜인지 모를 쾌감을 느꼈다. 내속에 있는 사악한 자아가 꿈틀대며 택배물건들이 젖어들어가는 것에 왠지 모를 쾌재를 불렀다.
어느날은 택배물건중에 책도 있었는데 이전에는 젖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염려하기보다 좀 더 많이 젖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까지 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내 속에는 나의 또다른 사악한 자아가 가끔씩 꿈틀댄다.
옆집주인이 집을 비운지 두달 쯔음 되었나?
어제 육지에 나갔던 주인이 들어왔다. 그리고 옆집에는 새로운 주인이 들어왔다. 지금까지 배달되어온 수많은 택배들은 새로 이사들어올 사람의 것이었다.
저녁에 퇴근후 그분들과 반가이 인사를 했다. 집밖 복도에는 택배상자들이 내용물은 정리되고 차곡차곡 졉혀져서 쌓였다. 밤에는 옆집에서 이런 저런 얘기소리가 들리고 조용하던 옆집이 다시 시끌시끌 사람들의 소리로 가득찼다. 혼자 있어 조용하던 내 집에서 옆집 사람사는 소리를 들으니 좋았다.
아침에 환기를 시키기 위해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포근하고 상쾌한 아침바람이 싸악 들어왔다. 그런데 문밖 손잡이에 뭐가 걸려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옆집에 사는 ***입니다. 택배물건을 집안에 넣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라는 작은 메모지가 붙은 알록달록한 예쁜 종이가방이다. 그 속에는 갖가지 빨랑 노랑 파랑색들의 손수 뜬듯한 수세미가 빼곡이 들어있었다.
며칠동안 꿈틀대던 나의 나쁜 마음들이 갑자기 반성이 되며,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그 작은 종이가방에 든 수세미는 씽크대 서랍에 고이 넣어놓고, 내가 맛있게 먹고 있는 박스에 남아있는 조그만 노란 제주도귤들을 가득 담고, 그분이 준 메모지 밑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