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녀들의 독립

엄마! 앞으로 까불지마! 나 이제부터 다섯살이야.

by 도이

내 둘째 딸아이가 다섯살이 되던 해였다.

집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중 유치원 다니던 딸아이가 신나게 타타타 집으로 들어오더니 바로 나를 찾았다. 그리고 내게 던진 말이

"엄마! 앞으로 까불지마! 나 이제부터 다섯살이야."

그러던 딸아이가 사춘기를 거치고 대학교를 들어갔다.

며칠전에는 내게 첫째 딸아이로부터 문자가 왔다.

"엄마! 할머니 간장있어. 미역국 어떻게 끓여? 백종원 미역국보다 엄마미역국이 더 맛있어."

나보고 까불지 말라던 다섯살짜리 꼬마였던 딸아이가 올해 대학교 1학년, 그 언니가 대학교 2학년이다.

첫째는 겁이 많아 운전을 배우지도 못하고 요리에 취미를 붙혔는지 미역국을 어떻게 끓이는지 물어왔다.

나는 순서를 정해서

1. 냄비에 찬물을 붓고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육수를 끓인다.

2. 미역을 찬물에 불려둔다.

3. 불려둔 미역을 물기를 짜서 적기좋은 크기로 썬다.

4. 빈냄비에 미역을 넣고 할머니 간장이랑 참기름을 넣고 볶다가 찬물 한컵정도 붓고 끓이다.

5. 물이 끓으면 육수를 붓고 더 끓인다. 간은 소금으로 한다.

그렇게 대충 카톡으로 가르쳐주었는데 잘 끓여먹었는지는 모르겠다. 물어보지 않았다.

그렇게 내게 미역국 끓이는 방법을 물어오던 첫째 딸아이와 어제 통화를 했다. 주말인데 오후에 낮잠을 잔 모양이었다. 남자친구와 안놀고 왜 자냐고 물으니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만나는 것보다 헤어지는 것이 더 마음이 아프다고 그랬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전혀 남자친구가 없던 딸아이가 대학교 들어가서 처음으로 사귄 남자친구인데 만나고 헤어지고나서 마음이 무거운 모양이었다.

"연습 1호랑 헤어졌으니 이제 연습2호 사귀면 되겠다. 지금 니나이에 결혼할 것도 아니고 뭘.. 한 열댓명 사귀어 봐. 그래야 사람보는 눈도 생기지. 그리고 지금은 연애할 때가 아니고 공부할 때여. 학생으로서 공부를 잘 해놓아야 니 자리를 잘 잡을 수 있고 거기에 걸맞는 남자친구가 생기는 거지. 사람은 준비를 해둬야해.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그런데 좋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내가 준비가 되어있어야 해. 지금은 공부하고 그냥 남자사람친구나 많이 만나."

"그런 것 같아. 경험으로서 좋았던 것 같아. 그런데 걔를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만날 일이 있으면 날 보지도 않으려고 해. 걔가 잘 못되었으면 좋겠어"

"그럴 것 없어. 사람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얼마든지 일어나는 것인데 그때마다 원수대하듯 하는는 건 좋지 않아. 성숙하지 않은 자세야. 그리고 잘 헤어지고 헤어진 이후에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나를 위하는 길이야. 나중에 그 친구가 다른 여자애랑 연애를 하는 것을 보게되면 또 속상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축복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아. 그게 날 위하는 일이야."

"알았어. 그럼 걔가 잘되길 바랄께."

"계속 누워있지말고 밥먹고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공부도 해."

"알았어"

딸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간다. 첫사랑도 해봤고, 헤어짐의 아픔도 경험해보았다. 그러면서 삶을 대하는 깊이가 깊어질 것이라고 여긴다.

둘째 딸아이는 남자친구는 고사하고 운전을 배워서 내차를 몰게 했더니 주말만 되면 집에 와서 뒹굴거린다. 둘째 딸아이가 다니는 전공과는 온통 남자애들이 대부분인데도 불구하고 남자친구에는 도통 관심이 없나보다.

언젠가는 둘째 딸아이도 첫사랑을 하게 되는 날이 오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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