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악어떼가 잡아가요.

by 도이
악어떼.png

퇴근후 조용히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규민이는 오른쪽 은결이는 나의 왼쪽. 한참을 조용히 보고 있는데 김은결이 옆에서 꼬물랑 꼬물랑 거리더니 손가락을 냄새를 맡고 있었다. 나는 무관심하게 시선을 TV에만 두고 있었는데 김은결이 엉뚱하게도 나한테 저 손가락을 내밀며


"엄마 냄새 맡아보세용"

한다.

"응?"


내 콧구멍에 쪼그만 손가락을 들이대니 나는 무심코 냄새를 맡아보았다. 응가냄새가 나는 거였다. 내가 화를 내며

"너 똥꼬 만졌지? 한번만 더 그래봐 엄마가 혼내줄테다."

화를 내며 화장실에 들어가 쪼그만 손가락을 씻기고 나왔다.


일주일후 쯤 또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김은결이 TV를 보다말고 나한테 또 손가락을 내밀며

"엄마 냄새 한 번 맡아보세용"

하며 손가락을 내 콧구멍 가까이 들이댄다.

나는 또 무심결에 맡아보니 쪼끄만 손가락 끝에서 또 구리구리한 냄새가 난다. 은결이는 똥꼬의 냄새를 코로 맡으며 즐기고 있나보다. 그리곤 그 냄새를 엄마인 나와 공유하고 싶은가보다. 엉뚱한 딸아이의 행동에 다시 한 번 화를 내며 화장실에 은결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기고 한 쪽 팔로 은결이를 짐짝들듣이 확 들고 나오니까 딸아이는 게임이라도 하는양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용.........악어떼가 잡아가용....살려주세용..........."



아이들이 한참 어릴 때 적어둔 육아일기 한 편이다. 그땐 늘 피곤하고 정신이 없고, 아이들이 귀엽긴 했지만 귀여움보다 나의 힘듦이 더 컸었다. 지금 읽어보니 새삼 그때가 많이 그립기도 하다.

둘째가 태어나고 일년 휴직후에 복직을 하고 출근을 했었다. 딸아이들을 같은 아파트 옆동 마음씨좋은 아주머니께 맏기고 출근을 했었는데, 한 달 내내 딸아이들은 아팠다. 특히 첫째가 심하게 아팠는데 밤만 되면 열이 오르고 나중에는 뭘 먹지를 못했다. 심하게는 물컵으로 물을 마시는데 피가 묻어나왔었다. 그래서 빨대로 물을 마시게 했는데, 빨대에서도 피가 묻어나왔다.

할 수 없어 병원응급실을 찾아갔는데 탈수현상이 생긴다고 닝겔을 손목에 꽂았다. 작은 손목에 닝겔을 꽂고 아이를 안정시키려고 가져간 동화책을 몇 권 읽어주기도 했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했기에 다음날 아침 아픈 아이들을 아주머니가 잘 봐주시길 기대하면서 집을 나섰다. 낮에는 아이들이 열이 나지 않는지 아주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 아이가 있는 지인 집에 외출을 하셨다. 그리고 내가 퇴근을 하고 저녁이 되면 아이들은 열이 또 오르고를 반복하였고, 은근 속상한 맘이 들었지만 뭐라 말은 하지 못했다. 이제 한살 그리고 두살이 된 년년생 아이 둘을 보시느라 외출도 못하시면 답답해 하실 듯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좋아지리라 스스로 위로하면서 그렇게 한달 쯤 흘렀을 때다.

그날 아침도 나는 아이들을 아주머니 댁에 맡기고 출근을 하려는데 첫째 딸아이가 그 집 문앞에서 통곡을 하면서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런 딸아이를 들어밀고는 문을 닫고 출근을 했다. 마음이 정말 무거웠었다.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한숨을 쉬는데 폰이 울린다. 아이 봐주시는 아주머니다. 전화를 받으니 아주머니는 한 달 정도 아이들을 봐왔는데 도저히 더 봐줄 수 없다고 하신다. 그러니 다른 분을 찾아보라고 하신다. 아마 아이들이 그 집에 가지 않으려고 하니 아주머니께서도 마음이 많이 무겁고 버거우셨나보다.

순간 참아왔던 눈물이 폭발하고 말았다.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티고 우는 아이를 떠밀다시피 그 집으로 들이밀고 출근한 내 마음이 무거운데, 그래도 좀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무거운 맘을 스스로 달래고 있었는데,

더이상 휴직을 할 수도 없고, 연가를 낼 수도 없고, 아이를 낳고 한달쯤 수술을 하는 바람에 몸조리를 제대로 못 한 탓인지 건강도 좋지 않으나, 하루 하루 그래도 버티고 있었는데, 그날 아침도 안들어가려는 아이를 겨우 집안에 들어가게 했는데 , 그렇게 더이상 아이를 못보겠으니 다른 사람을 알아보라는 아주머니 말씀에 조용하게 "알겠습니다." 말을 하고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한참을 울고 있으니 사무실 대장님이 부르신다. 왜 우는지 물어보시는데 나의 속상한 상황을 이리 저리 말하는데 울음을 멈출 수가 없다. "꺼이 꺼이~"

그분께서는 "내 집사람한테 애들 봐주라고 할까?"하면서 위로를 하신다. 어찌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 따뜻한 말씀에 나는 맘을 추스릴 수 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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