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엔 정형외과? 한의원?

내게 맞는 병원을 찾기까지

by 림보

처음엔 당연히 아는 병원부터 갔다. 아파죽겠는데 좋은 후기의 병원을 찾아볼 에너지는 당연히 없다. 몇 개월 전 발목이 아플 때 다니던 곳이다. 그렇다고 효과가 있었던 건 아니다. 허리가 아프기 직전까지, 아프고 난 후에도 종종 아팠으니까. 그냥 진통제를 먹기 위해 달려갔다. 문제는 여기 의사 선생님이 자꾸 나의 심약하디 심약한 정신상태를 자극하는 일이었다.


첫 진료 날 선생님이 그랬다.


봐봐, 지금도 앉는 자세가 잘못 됐잖아.


갑자기 가시가 돋는다. 아니, 내가 또 뭔가를 잘못했다고? 당시 나는 잘못이란 단어에 꽂혀있었다.


지금도 아프고 힘없어서 간신히 앉아있구만. 이 의사 아저씨가 지금 뭐라는 거야. 안 그래도 앉아 있기 힘든 소파에 오랫동안 대기하느라 힘들었데. 칭찬은 못 할망정!


약을 조정하면서도 내가 공격받는다고 오인할 법한 대화를 몇 번 반복했다.


또 종종 도수치료하고 병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통증이 너무 심해지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비집고 나오는 눈물을 계속 닦아내다가 이런데도 치료를 계속 받는 게 맞는지 답답했다.


어떤 날은 정형외과와 한의원 그 두 병원 사이를 계속 왔다 갔다 서성였다.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날은 정말 이상해서 병원에 들어가려고 하면 뭔가 잘못될 것 같은 불안감, 초조감이 날 뒤쫓아왔다.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화가 들끓고 분노가 일었다. 신체가 아프면 감정 조절력, 결정 능력도 떨어진다. 결국 어떤 병원도 가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몇 번 한의원과 정형외과를 번갈아 갔다. 결국 한의원을 계속 다니기로 했다. 3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언니의 추천이다. 사실 언니는 한의사이기에 지극히 편향적인 추천이다. 사실 우리 집 자체가 친한파다. 친 한의원 파. 외삼촌부터 아빠의 절친한 친구까지 한의사다. 거기다 언니가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가 심해서 애초에 우리 집은 자연적 치료 요법에 굉장히 치우쳐있다. 다만 아빠가 양방 병원에 가서 약 먹는 걸 너무 좋아한다며 엄마는 불만이긴 하다.


항생제를 오래 먹는 위험성은 이미 귀에 박히게 들어왔다. 약을 안 먹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프면 바로 병원 가서 약 먹고 그런 타입은 아닌 인간으로 성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픈 게 한 달 이상은 지속될 것 같았다. 너무 아플 때만 약을 타오기로 했다.


침 치료와 도수치료의 반응도 비슷했다. 아플 땐 오히려 통증이 심해지고, 또 어떤 날은 완화되고 그랬다. 이럴 거면 조금 더 저렴한 한의원으로 가는 게 맞다 싶었다.




환자에겐 병원을 고르는 것도 고역이다. 지금 당장 아파서 힘이 없는데 괜찮은 병원까지 찾아볼 힘은 더더욱 없다. 이러다가 나의 마음이나 몸을 다치는 일이 생기면 무서움은 더 커진다. 환자에겐 치료가 일과다. 그런데 그 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오늘은 꽝일지, 내일은 성공일지 모르는 랜덤 가챠나 다름없었다. 쉽게 병원을 바꾸기도 참 힘들다.


한의원을 다닌 지 어느새 한 달 남짓, 기계적으로 병원에 다니는 순간이 왔다. 환자가 의사 눈치를 봤다. 의사 선생님의 치료 실패 사례가 되고 싶진 않은데.


그렇게 병원 유목민의 삶이 시작됐다. 허리가 아픈 이후로 2kg짜리 아령으로 둔갑해버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엉덩이가 아릴 정도로 부항을 놔주는 곳이었다. 무슨 최첨단 기계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이번엔 새로운 도수치료 병원을 찾아봤지만, 무슨 병원 언덕이 80도 경사란 말인가. 포기했다.


그리고 그다음 찾아낸 한의원에 들어갔다. 난 또다시 장돌뱅이처럼 봇짐을 풀어내듯 내 병의 내력을 읊어놨다.


우선, 다리가 아프다. 그리고… 골반, 꼬리뼈, 손, 팔도 아프고, 또…. (잠깐 쉬고) 얼마 전엔 발목도 아팠다. 요즘에는 소화도 안 되고…. 아 맞다, 잠도 잘 못 자는데요…


“아이고 어떡하냐. 그렇게 안 아픈 데가 없어서. 이렇게 젊은데….”


선생님이 뱉은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이 한의원은 봉침을 놔 주셨다. 벌의 침에서 독만 추출해서 약물 형태로 주사하는 치료다. 벌 독에 있는 아폴라민이라는 성분이 내가 느끼는 이상감각, 시리고 저린 통증에 아주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번엔 느낌이 좋았다. 효과가 있다. 봉침을 맞은 얼얼한 기운이 다음날에 가라앉으면서 통증이 사라졌다. 이젠 병원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나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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