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파서 잠이 안온다

허리 환자의 불면이 불러온 악순환

by 림보

“그리고 잠은?”


언니가 허리에 좋다는 한약을 지어줬는데, 짓기 전에 매번 하는 루틴이 있다. 몸이 하는 업무를 죽 읊으며 안부를 묻는다. 소화는, 입은 마르지 않나, 화장실은 잘 가나?


그리고 잠은 어떤데?


나랑 예전부터도 별로 상성이 맞질 않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생긴 불면. 집에 초대해도, 쉽게 한 번에 대해 알겠다고 하지 않는 그런 친구 같았다. 허리가 아프니 더한 건 당연했다.


통증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 온몸이 울려대는 아픔이었다. 어찌저찌 정신없이 앓다가 잠들었고, 앓으면서 다시 깨어났다.


안 아픈 자세를 기민하게 찾아야 했다. 언제부터 누워있을 때 엉덩이가 이렇게 방바닥과 닿아있었던 건지. 통증은 평소엔 생각지도 못했던 감각에 집중시킨다. 화끈거려서 누워있고 싶지가 않았다.


누워있을 때 편한 방법을 부지런히도 강구해야했다. 유튜브를 뒤져보니, 무릎 밑과 허리 뒤에 수건을 받치면 된단다. 여러 시행착오를 해본 결과, 내겐 세 번 정도 접은 수건 한 개, 길게 돌돌 접은 수건 1개 이 정도가 딱 맞았다. 베개도 수건을 접어 썼다.


침대냐, 방바닥이냐, 이것도 허리 환자들의 난제다. 딱딱 과 푹신 그 중간이어야 한다. 아주 느낌적인 느낌. 이븐한 굽기 정도. 그래서 어느 정도 탄탄한 침대가 가장 잘 맞았다. 몸 굴곡대로 가라앉는 독립 스프링 침대보단 전체 스프링이 같이 연결된 본넬 스프링 침대. 너무 푹신하면 오히려 허리에 힘이 들어간다.




실은 더 고질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극악의 온도 맞추기.


다들 샤워할 때 냉수와 온수 사이 “적절한” 온도를 만드는 짜증스러움을 알 거다. 밤 9시 이후의 내 몸이 딱 그랬다. 원래 사람의 몸은 자연스럽게 온도가 떨어지면서 잠에 든다. 하지만 나는 자려고 눕기만 하면, 묘하게 등 가슴, 얼굴에 더위가 훅 올라왔다. 문을 열면 또 추워서 덜덜 떨었다.


사실, 이렇게 살아온 지 5, 6년은 됐었지만, 이 정도로 정도가 없진 않았다. 한겨울 새벽 1시에 반팔 차림으로 바람을 쐬고 들어와야 했고. (이때도 역시나, 다리가 아파질까 무서움에 떨면서 산책했다) 그래도 더워서 찬물 샤워까지 마쳐야 했다. 다시 긴팔을 입고, 두툼한 이불로 바꿔 덮었다.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강박적인 루틴까지 생겼다. 잠을 못 잔 날은 더 아프거나 신경질에 우울감까지 덮쳐왔으니까. 저녁 6시에 삼십 분간만 켜야 하는 난방을 1시간’이나’ 돌린 날의 자책감이란.




그리고 그날도 필사적으로 잠을 기다리는 날이었다. 겨우 새벽 3, 4시쯤 잠이 들었을까. 늦잠을 잔 건지 분주한 바깥소리에 거슬려 깼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섰는데, 눈앞이 깜깜했다.


도저히 어지러워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바로 납작 엎드린 '성은이 망극합니다' 자세가 됐다. 눈앞은 퓨즈가 나갔다. 숨을 고르고, 더듬더듬 벽을 짚고 일어서 문을 열었다.


“엄마 나 어지러워”


환한 빛, 텔레비전 소리, 아침 식사 냄새, 머리가 왕왕 울리고 팽글팽글 돈다.


겨우 화장실에 도착해 변기를 마주한다. 까꿍. 평소라면 구역질 날법한 변기를 겨우 1cm 앞에 두고 힘없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등더리를 때려오는 아빠의 손길에 다시 머리가 울린다. 토는 안 나오고 죽을 맛이다. 어디로 갈 힘도 없이 그 자리에 드러누워 버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화장실 방바닥이 세상에서 제일 편하다.


위로, 아래로 모두 게워 내고,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 피를 안 낸 곳이 없어도 어지러움이 가시질 않았다.결국 언니의 조언 따라 한의원을 다녀오고 나서야 희멀겠던 얼굴에 핏기가 살아났다.




통증에 예민해진 나는 잠이 안 왔고, 잠을 못 잔 나는 더 예민한 몸이 됐다. 수면을 조절하는 중추신경이 통각 조절하는 부분과 같은 시스템을 공유한단다. 통각은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그렇게 잠이 부족해지면 통증의 역치는 낮아지고, 통증 강도도 더 세진다. 악순환의 고리다.


자율 신경계 실조증. 수면 부족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다. 몸 자체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고장 난다는 뜻이다. 밤이 되면 내가 그 난리를 치지 않아도, 몸 온도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면서 잠이 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잠은 내게 오고 싶어도 오는 길이 자꾸만 막혀있었나 보다. 그렇게 소화불량으로 급체까지. 허리 염증의 회복이 더딘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그렇게 해야만 잠이 와.”


내가 요즘 어떻게 자야만 잠이 오는지 한바탕 설명을 끝내고 나니, 언니는 오들오들 떨며 자는 것만이라도 그만두라고 타박했다. 맘대로 바뀌지 않는 몸을 떠올리며 몇 번 투정을 부리다, 속에 없는 ‘알겠다’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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