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유담 Mar 20. 2018

이장훈, <지금 만나러 갑니다>

브런치 무비패스 2.

 보고 싶다고 다 볼 수 있는게 아니었다. 무비 패스에 뽑히면 모든 영화를 다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신청을 했어도 인원이 할당되있는 경우도 있는 모양. <로건 럭키>가 두번째 영화였는데 뽑히지 않았다.

 그래서 실제로 무비 패스 #3이지만, 내가 두번째로 보게 된 영화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나는 정말 새로운 시선으로 영화를 보고 있는가

 익히 제목은 예전부터 들어 잘 알고 있었는데, 딱히 멜로를 좋아하지 않아서 전혀 볼 생각도 않고 있었다. 그러다 회사의 보라 대리님이 보시고 싶다고 하셔서 찾던 중에 보게 되었는데 잔잔하고 좋았다. 이걸 리메이크 했다는 것도 개봉 얼마 전에서야 알았다.

 일부러 계산 하고 본 것도 아닌데, <골든 슬럼버>부터 <리틀 포레스트>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까지. 희한하게 다 일본 원작 영화의 리메이크. 한 달 동안에 무려 3편이나 개봉하는 상황. 다시 같은 우려가 든다. 영화 문화의 정서마저 일본을 닮아가는가. 영화 이후는 또 무엇일까.

 오롯이 영화 자체의 감상만을 써보고 싶었는데, 또 리메이크작이다보니 비교가 우선시 될 수 밖에 없었다. '리틀 포레스트'와는 달리 내용상 일본 고유의 문화는 많이 빠져있고, 보편적인 스토리였기 때문에 어떻게 바꾸었을까보다는 이미 원작의 반전을 다 알고 있는 경우에도 이 영화가 재미있을까가 궁금했다.


 가장 큰 차이는 캐스팅.

 골든슬럼버에서도 히로인으로 나왔던 다케우치 유우코(たけうち ゆうこ). 이번엔 한효주가 아니라 손예진이 바통을 넘겨 받았다. 더 청순하면서 예쁜, 그러나 항상 비슷한 역할만 맡아서 연기의 스펙트럼이 너무 좁아진 것 같아 안타까운. 나중에 더 나이를 먹었을 때, 손예진은 무슨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내 머릿속의 지우개>이랑 짜깁기 해도 어색하지 않은 문제.

 다케우치 유코는 영화를 찍었을 당시 스물셋 또는 넷. 그러나 이번 손예진은 서른다섯 또는 여섯. 그래서인지 유코의 엄마 역할이 어색했다면, 손예진의 대학생 연기가 안어울렸다.

 시사회 때 보고, 또 바로 일주일도 안되서 한 번 더 봤는데 처음에는 손예진 연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두번째 보니 엄마 연기는 출중했고, 대학생 역할은 어쩔 수 없는 연륜 탓에 어색했던 것. 그럼 원작에 20대 초반 배우를 삼십대로 만드는 방법이 더 나았을지도.


 원작에서는 나카무라 시도우(なかむら しどう)가 미스 캐스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중국 영화 <적벽대전>에서 생뚱맞게 일본인이 별 대사도 없는 감녕 역할로 나와서 인상이 세다는 기억이 강했던 탓. (유우코와 시도우가 이 작품을 계기로 결혼했다가 이혼했다는 것도 알았다.) 일본에서 그 배우의 이미지가 어떤지를 모르지만 오히려 어리숙한 느낌을 더 살리자면 이게 더 나았으려나?

 소지섭... 너무 잘생기고 건장한 배우를 캐스팅해서 아프고 모자란 연기를 해도 멋있는게 문제. 그 때문에 역시 미스 캐스팅이다. 좀 더 여리여리하고 왜소한 사람이 했다면 어땠을까. 어깨가 너무 넓다. 캡틴 아메리카 한국판 주연을 하라면 고민할 필요없이 소지섭이 따내겠지.

 그래도 두 주연이 잘 어울렸다. 소지섭과 손예진, 나이도 적당한데 둘이 잘됐으면 좋겠다.

이 포스터가 제일 마음에 든다


  원작이 확실히 멜로로 기억된다면, 우리나라판은 가족 코미디. 거의 같은 구조지만, 좀 더 인간미를 더 넣어서 확실히 웃음 포인트도 많고 기억에 오래 남았다. 요새 아역 배우는 다 연기를 잘한다. 연기의 재능도 타고나는 것인가. 이번 영화만큼은 리메이크판이 압도적 우세.


 오프닝의 애니메이션은 캐릭터가 귀여웠지만 '26년'의 경험상 별로였고, 전체적인 이야기 내용을 미리 다 알려주는 것이 되버려서 그냥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살짝 노출하는 식으로 표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손예진의 나레이션도 안어울린다.

 너무 잘생기고 이쁜 미혼의 배우가 주연이다 보니 부모라는 설정에 몰입이 되지 않았다.


 운행하지 않는 선로 터널을 잘 찾아내서 원작보다 더 현실적이면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연출을 해낸, 찾느라 고생했을 스텝들에게 박수. 어느새 같이 했던 범희는 오프닝 크레딧에 제작실장이 되서 저만치 앞서 가고 있었다.

 

 일부러 강조하려고 한 번씩 더 노출을 한 것일 수도 있는데, 바꾸지 않고 원작에서 '볼펜'을 매개로 한 것은 자연스럽고 좋았다. 전철 대신 버스로 두 사람 감정을 더 잘 표현했다. 화이트데이가 아니라 더 추웠을 2월 14일에 개봉했다면 연인들 죄다 남자 주머니에 손 넣고 다녔을지도.

 일본 원작에서 절대 흉내낼 수 없는, 한국 영화의 "입영통지서".


 일부러 누가봐도 고등학생처럼 보이지 않는 배우 배유람을 캐스팅해서, 한약을 잘못 먹어 더 노화된 고창석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치밀한 계산이었을까. 옥의 티는, 말투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는 것.

 "일해라 절해라" 대사는 2번 언급되었는데 영화를 두 번 봐도 관객들이 아무도 웃지 않았다. 이해하지 못했다. 제일 아쉬운 대사다. 노르웨이도 약하다. 더 웃길 수 있었는데 너무 어렵게 풀었다.

 최근 한국 영화의 공통점인데 굳이 노출 하지 않아도 되는 선정, 잔인한 장면이 너무 자주 등장한다. 교통사고 장면을 꼭 그렇게 직접적으로 보여줘야하는지. 촬영효과와 그래픽 기술력을 뽐내는 장면이지만, 아무리 영화가 여러 감각적 자극을 줘야하는 콘텐츠라고 해도 2시간 동안 그 장면이 너무 강하게 남아서 끝에 우울한 여운이 남는다. 그냥 암시나 묘사로 표현하는 때가 더 좋았다.

 

 두 번 보고서야 알았는데, 고창석이 운영하는 빵집이 '구골빵집'에서 '선녀빵집'으로 바뀌고, 그와 연관하여 고창석이 부적과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 그래서 항상 영화는 더 큰 재미를 위해 2번 봐야한다. 왜 고창석이 펭귄 옷을 입고 나타났는지 개연성을 조금 더 넣어줬더라면.

  약간 라라랜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 것인지 공감이 안가는 자동차극장 장면.

 심포리 구역사는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될 듯. 죄다 그 앞에서 주머니에 손넣고 사진 찍지 않을까.

 

 이장훈 감독의 입봉작. 이런 캐스팅으로 연출을 했다는 것도 복이고 리메이크 판권을 따낸것도 복이고 나름 잘 만들어냈다는 것도 복이다. 자기 경험을 우려냈다는데 진짜 자신의 창작 스토리로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시험대가 될 듯.


 어쩌면 제일 큰 반전인데, 카메오가 포털 스틸 사진에 버젓이 다 나와있어서 누가 나올지 알고 보면 여성들의 감동이 적을 영화. 아직 안본 사람을 위해 비밀로 한다. 1987의 강동원이 등장 했을 때와 같은 반응.

아빠 보다 더 멋지게 라는 말에 복선이 있지만, 패배감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무대인사 끝나고 배우들 인사

 두 번째 영화 보는데 예매하는데 4시 시간대 두 타임이 완전매진이길래 뭔가 했더니 무대인사 시간이었다. 줄서있다가 운좋게 퇴장하는 주연배우들을 봤다. 너무 멀리 있어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가족의 소중함과 현재의 인연에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영화.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다시 상상할 수 있는 영화. 개인적으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도 누군가 리메이크를 해줬으면 좋겠다.


영화에서 여러번 등장하는 네잎클로버

 네잎클로버를 10개 모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9개. 그리고 수아가 우진에게 준 하나의 네잎클로버.

 시사회 선물은 엽서와 네잎클로버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볼 수 있어 좋았다. 역시나 주머니에 손 넣는 것 또 따라했다.

 가급적 이 영화는 혼자 보는 것은 자제했으면 한다. 오랫동안 후회하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임순례, <리틀 포레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