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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May 31. 2018

벤 르윈, <스탠바이, 웬디>

브런치 무비패스 3.

 다음 시사회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몬타나>에 선정됐지만 1인 1매라고 해서 이전과 달라 맞는지 확인차 메일을 보냈는데, 담당자분이 취소시켜 버리셨다. 예고편을 보고 너무 우울한 서부영화라 망설여졌는데 보지말라는 운명으로 알고 기분좋게 받아들였다.

 경쟁자가 너무 많아서인지 나름 빨리 신청했다고 생각해도 이미 가득 찼다고. 너무 공짜만 밝히는 거 아닌가 자책하다가 CGV VIP된 걸 보면 올해는 그냥 영화를 많이 본거다. 우여곡절 끝에, 선정된 영화는 <스탠바이, 웬디>. 감독은 잘 모르고, 영화는 아역 시절의 <아이 엠 샘>도 부분적으로 본 게 전부인 다코다 패닝 주연!

 자폐증 소녀(?)의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아무 사전 정보 없이 갔다. 내 상태가 자폐증에 걸린 것 같았기에 소재만으로 감정이입이 되어 보고싶었다.

포스터를 참 잘못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도배는 좀 심했다 ㅎ

 이번 장소는 동대문 메가박스. 칼퇴근해서 지각할까 노심초사하며 서울 전역을 돌며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다. 영화관마다 개성이 있는데 메가박스는 왠지 망해가는 건물만 골라 계약하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

 

 영화 티켓을 받을 때, 좋은 글을 부탁한다고 말씀해주셨지만... 영화는 많이 아쉽다. 세상에 공짜가 없고 받았으니 보답해야하지만 이 영화를 일부러 찾아가서 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무비패스가 끊기더라도 솔직한 평이 더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자폐증이 걸린 소녀가 시나리오 공모를 위해 혼자서 LA까지 가는 모험기

 이 한 줄이 정말 끝일 줄이야!

 대학교 학부전공 시나리오 강의나 초등학교 고학년 CA 시간에 틀어주면 딱 좋을 영화라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아무런 교훈도 감동도, 여운도 없다.

 다코다 패닝의 필모그래피를 잘 모르지만, 모를 정도면 지금까지도 이전의 아역 배우 틀에서 못 벗어난 것이고, 연기력이 그만큼 탄탄하지 않다는 의미가 될 것 같다. 혼자 머리를 두드리는 장면 말고는 전혀 주인공이 자폐증 환자라는 것이 와닿지 않았다. 굳이 왜? 차라리 다 어리거나 엄청 노인이거나, 이방인이었가나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면 더 영화적이지 않았을까?


 "스타트렉" 을 알아야 웃을 수 있는 웃음코드였는데, 내가 아는 스타트렉은 귀가 뾰족하고 잠수복 같은 수트를 입은 외계인 이미지 뿐이라 다른 관객이 웃을 때 왜 웃는지도 모른채 지켜봐야했다.

 유일하게 매력적인 것은 웬디를 따라다니는 개 피트. 개 연기가 가장 돋보였다. 이 개를 더 부각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면 더 이쁜 그림이 나왔을터.

후에 찾아보니 "반지의 제왕"을 팬픽으로 썼다는 일화를 가지고 원작자가 지금의 이야기를 만들어 연극으로 먼저 만들어졌단다. 그것이 유명해져서 다시 영화화 했다는데, 너무 일차원적이고 단순, 뻔한 스토리라 오프닝만 봐도 줄거리와 결말이 예상되버려 내 기준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이고 소소하고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들어할 것이다. 난 너무 마음이 메말랐다...


한국에 있다

이러면 영화가 아닌 빵 홍보처럼 되버리는데, 주최측이 감사하게도 또 선물을 주었다.

 항상 브런치 무비패스에 가면 표와 함께 영화와 관련된, 의미있는 기념품을 주는데 이날은 시나몬롤이었다. 웬디(다코다 패닝)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 빵 만드는 장면을 만들어주는데 마치 영화 속에서 꺼내준 것 같아 신선했다.

 주최측이 포장지를 만들었나 했는데 강남과 부천에 실제 매장이 있었다.

 극장에 외부 음식이 반입되니 하나 사서 영화랑 같이 보면 재미있을 듯하다.

 

 사실 이렇게 폄하하는 글을 썼지만, 난 정신과 사지가 멀쩡함에도 나의 글을 쓰지 못하고 감상평만 남기고 있어 매우 부끄럽다.

 나는 무엇을 위해 한 발을 내딛었는가.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하나라도 제대로 끝낸 것은 있는가.

 반성.


 "스탠바이, 웬디" 는 영화를 봐야만 이해되는 제목인데, 포스터와 제목이 많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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