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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Jul 02. 2018

이준익, <변산>

브런치 무비패스 6.

 동대문이 이제 익숙하다.

 서울 전역으로 흩어진 영화관 덕에, 지금 사는 당산동이 얼마나 좋은 입지인지 깨닫는다.

 나름 일찍 갔다고 생각해도 항상 자리는 앞좌석. 시사회에 오는 사람들은 미리 휴가를 쓰는 것일까. 유난히 정신없게 느껴지는 동대문 메가박스.

 영화 '변산'.

 예고편을 3초만 보고, 박정민과 김고은의 복고풍 사랑이야기로만 알고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이준익 감독' 작품이었고, 랩퍼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날 선물로 준 스티커를 보고 알았다. 언뜻 이준익 감독이 랩을 원래부터 좋아했다는 말을 들은 듯하다.

 변산이 무슨 뜻일까 계속 생각하다가 영화 시작하기 전에서야 서해에 변산반도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 변산이 맞나 했는데 실제로 지명이 '변산'이 따로 있다는 것에. 일본은 이쪽 저쪽 잘 다니면서 정작 우리나라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는 부끄러움.


 초반부터 등장하는 '쇼미더머니'. 한 번도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던터라 까메오가 나와도 알아보지를 못해서. 박정민의 랩은 수준급이었다. 원래 재능이 있었을까, 엄청난 노력의 산물일까.

 감독의 이전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가 차기작에 다시 나오는 경우가 더 늘어난 것 같다. 서로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원하는 연출과 연기를 해내기 때문이겠지만. 몰입이 안될 때가 있어서 '박열'에 나왔던 배우들이 재등장했을 때 혼자 웃었다.

 허스토리에 이어 또 만나는 배우 김준한은 이제 일본어를 안하면 어색할 정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박혀버려서 악역이 어울리지 않았다.


 은사님이신 육상효 감독님의 영화 <방가?방가!> 에서 실제 베트남인으로 착각할 정도였던 신현빈이 너무 이쁘게 나와서 넋을 놓고 봤다.

 택시운전사에서 기사로 출연했고, 이번 작에서 파출소장으로 나오는 류성현 배우. 대학 시절 전주영화제 답사 때 본 신현빈 배우, 택시운전사 시사회 때 앞에는 이준익 감독, 옆에는 류성현 배우가 앉아계셨는데 실제로 본 사람들이 또 영화에 등장했을 때의 신기함.


 <변산>은 역대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모든 영화를 짜깁기 해놓은 느낌이다. 황산벌, 님은 먼 곳에, 사도, 동주, 박열까지. 초창기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와닿지 않았는데 '사도' 이후로는 가장 잘 맞는 감독이 되었다.

 두 갈래로 나뉘는 길에 대다수가 당연히 가야할 길과 정반대로 가는 신선한 충격을 주는 영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해지는 노을이 기다려질 것이다. 서해가 한동안 인기를 끌 것 같다. 이미 산문집도 출간했고, 엔딩 크레딧에 대부분 가사를 직접 쓴 박정민의 문학적 감수성도 높이 산다. 감독과 배우가 합이 잘 맞는 듯하다.

 정규수 씨가 영화의 다크호스. 간만에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가 나왔다. 상을 받을 것 같다. 마블의 앤트맨만 아니면 흥행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할까.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코미디로 잘 풀었다. 힙합을 차용했음에도, 아이러니하게 가장 한국적인 영화가 나왔다.

 재밌다.

 플롯은 앞의 일부만 들어도 결말까지 예측 가능하지만 에피소드가 금기를 건드리기 때문에 새롭다.

 가족 영화라고 하고 싶은데, 욕이 너무 많이 나와서 중학생 이상 관람가능한 가족영화?

 

 갯벌에서 싸우는 씬은 너무 길고도 아쉽다. 좋은 영화의 흐름을 끊어버렸으니 편집했으면 좋겠다. 신현빈의 역할도 납득이 가지 않고, 후반부에 너무 인물들이 급변하는 것 같아 아쉽다. 그것 빼고는 매우 만족.

짝사랑 하는 사람과 같이 보면 좋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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