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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Jul 27. 2018

김지운, <인랑>

브런치 무비패스 10.

 영화를 잠깐이라도 했었고, 한 편이 만들어지는데 들어가는 자본과 스탭과 배우들의 노고를 잘 알기에. 흥행은 둘째치고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을 때의 여파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영화가 별로라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그렇다고 왜곡 할 수는 없고 사실 느낀 그대로 쓰는 것이 글쓰는 이의 예의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446

 내가 쓴 글처럼 느껴질 정도로 겹치는 기사.

 영화 시작 5분만에 "망했다" 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고, 다 보고 나서도 이건 "리얼"급이라고 했는데, 다행히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개봉도 하기 전에 <인랑>을 두번 봤다.

 여자친구가 강동원을 너무 좋아해서 개봉할 때마다 내가 먼저 챙기고 있는데 앞에서도 일본 원작인 "골든슬럼버"가 망가지는 걸 봐서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영화를 보고 받은 충격에 글을 바로 쓰고 싶었는데, 원작을 모르고 비판만 했다가 괜히 작품에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 우려되어 원작을 다시 보고 쓰기로 했다.

 그러던 중에 CGV에서 배우들이 직접 와서 문답을 하는 라이브톡을 한다기에 애타게 기다렸다 광클을 해서 또 예약 성공. 원작을 보고 난 후 2번째 보는 영화는 또 의외로 괜찮았다.

 결론 : 영화 <인랑>은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을 알고 보면 나쁘지 않은 영화이나, 처음 보는 사람에겐 처참한 망작.

 이미 포털은 평점 5점대로 냉정한 심판을 받은 상황.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건 마케팅을 보면 알 수 있다. 원래도 악플이 많았은 배우들의 설상가상 열애설까지 터졌으니 안타깝다.

 이게 지금까지 봐왔던 김지운 감독의 영화가 맞나 싶다. <반칙왕>, 태어나 유일하게 끝까지 본 공포영화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 <놈놈놈>, <밀정>까지. 배우 캐스팅이 좋았다고 해도, 엄청 와닿고 감동적인 영화는 없더라도 볼만하다는 인상이었는데, "인랑"은 김지운 이름만 빌려주고 다른 사람이 찍은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니면 투자자의 개입으로 연출에 개입한 사람이 있었던 것인가.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앞으로 갈수록 콘텐츠의 겹침 현상이 심화될 것이고, 소재 고갈로 리메이크나 속편, 프리퀄 방식의 영화가 늘어갈 것이니 또 '일본'이라는 아쉬움은 그렇다 치고, 왜 하고 많은 것 중에 "인랑"을 리메이크 했느냐다.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된 애니메이션인데, 알고 보니 첫 원작이 또 따로 있었다.

 만화가 먼저 나오고 다시 애니메이션화 된 듯. 영화의 특기대 마크에도 나오는 "켈베로스", 그리고 "견랑전설犬狼傳說".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내에도 출간이 되었던 듯. 1,2부가 있었다. 그것이 다시 "인랑" 으로.

 차라리 <늑대인간> 이라고 하던가, '인랑'이라는 말을 평소에 쓰지도 않을 뿐더러 만들어도 이상한 말을 굳이 그대로 차용한 까닭. 마치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를 연상시키는 수트를 강조하면, 비주얼 강동원 얼굴로 내세워도 모자랄 판에 가려버렸으니 시작부터 잘못된 기획이 아니었을까.


 리메이크 하면서 그 나라의 정서와 상황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지만, 시작부터 너무나 잘못되었다. 일본 원작은 느낌상 2차 대전이 끝나고 이후 혼란기라는 시점, 현재의 과거의 이야기로 그 분위기나 배경이 어울렸는데. 맙소사. 한국은 무려 2024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까지 운운하며 전세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것처럼 오프닝을 만들어놓고 끝에는 통일부의 공익광고처럼 끝내버리는 용두사미의 결정판. 통일이랑 아무 상관이 없는 이야기인데, 억지로 끼워넣으려고 애쓴 듯한. 정부가 개입한 거 아닌가 하는 음모론을 만들고 싶다.


 2024년의 광화문 광장에는 건물 빌딩에 전광판이 하나 더 생긴 정도고, 여전히 소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진다. 통일을 반대한다는 명목에 테러를 일삼는 우리 민족 정서와 전혀 맞지 않는 설정에, 사람이 죽어나가는대도 최루탄으로 방어하는 무능한 경찰과 뒤늦게 출동해서 무작장 다 죽여버리는 특기대. 절로 비웃음이 나서 "망했다"는 말이 무심결에 튀어나왔다.

 택시에 높이 솟은 캡과, 버스에 쳐진 철조망으로는 왜 시간 설정을 미래로 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2024년의 한국은 기술적으로 퇴보해버렸고, 여전히 인형 자판기가 있으며, 남산 타워에는 케이블카가 똑같이 다닌다.

 우리나라엔 전차가 없으니까 원작의 전차씬을 만들어내려고 최대한 비슷한 케이블카를 택한 거 같은데, 이런 1차원적인 수준... 정말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연출로 흥행을 원했을까.

 

시사회의 정우성은 빛이 났다

 자살 폭탄 테러를 한 빨강 망토 소녀로 충분히 죄책감을 느꼈을텐데, 그 이전에 여고생 15명을 죽였다는 원죄를 만들어서 강동원은 어느 부분에서 흔들리는 것인지가 불분명하고, 김무열도 왜 강동원을 괴롭히는지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동기가 엉망진창. 이 부분은 원작에서도 마찬가지.

 원작 자체가 별로였는데, 별로인 원작을 리메이크 했으니 잘될리가. 그나마 놀랍게도 현실주의적인 애니메이션의 표현기법이 매력이기 때문에 감탄하면서 봤지만, 내용은 그다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중간첩을 소재로, 이에 무조건 복종해야만 하는 개가 무자비한 늑대(그래서 견랑전설인 듯)가 되는 거였는데 원작도 이걸 못살렸다. 차라리 무간도나 신세계처럼 뻔한 스토리라도 가져갔으면.


뷰티 인사이드 때가 제일 좋았다

 

 한효주의 역할도 매우 안타깝다.

 유혹하라는 미션을 부여받았다고는 해도, 동생이 죽었는데 슬퍼하기는 커녕 다짜고짜 초면인 사람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서 생뚱맞게 동화를 읽어주더니 곧바로 키스. 누가 이 전개를 납득하겠는가. 연기력과 별개로 대사 자체가 너무 오글거리고. 일본의 전대물 보는 느낌. 그렇다고 애들도 좋아하지 않을 스토리.

  

 나름 첨단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만든 것 같은 드론은 한 번에 박살나고, 남산타워에서 뛰어내려도 살아남는 슈퍼히어로급의 주인공. 그 실력에도 전투복은 입고 싸워야 하고... 엔딩씬에 그냥 여주인공이 죽도록 뒀어야지... 도대체 왜. 정우성이 다시 옷 입고 싸우는거야. 코미디인 줄 알았다.

 관객들이 같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망했다는 소리가 수근수근 들렸다. 객석에서의 반응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한예리와 최민호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였고, 이야기 구조상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어도 무방. 차라리 과감하게 생략하고 스토리를 좀 더 매끄럽게 가다듬었으면 좋았을텐데 낭비다. 샤이니 팬이라도 다 봤으면...

 마지막 지하 수로에서의 총격씬은 거의 학살 수준인데, 잔인함과 매정함을 드러내려고 했다면 처음에 여고생 소재를 빼던가, 소녀도 자폭하기 전에 총으로 쐈어야지... 강동원을 계속 가릴거면 꼭 이 배우를 써야 했나?

 연기 부분에서는 김무열이 가장 돋보였으나, 역시 줄거리의 개연성이 부족하여 공감도 가지 않고 그냥 고생만 하다가 죽는 비운의 인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중국도 아니고 공안부라니.

 '섹트'의 뜻도 안 알려주고 고스란히 차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이야 군대가 없으니 그렇다쳐도, 엄연히 군대가 존재하는 상황에 정체 불명의 부대. 윤태호 화백의 웹툰 프리퀄 때문에 더 혼란.

 영화와 중복되는 구간에서 다르게 겹쳐 버려서 이도저도 아니게 되버렸다... 다 엉망이네. 하나같이 엉망이야.

김무열 화이팅
영화를 잘못 골랐다
시사회 때 많이 몸이 안좋아 보였다

  

 한 때 정우성이 초창기 때 잘생긴 인물 때문에 연기력 부족의 지탄을 많이 받았는데, 강동원은 더하다. 사투리 억양을 고치지 못했다. 물론 힘들겠지만 배우로서는 무조건 표준어를 제대로 해야한다고 본다. 정두홍 감독이 지휘한 액션은 나쁘지 않지만, 부실한 스토리 탓에 장점으로 돋보이지 않는다.

 정우성은 강철비 찍다가 바로 넘어온 느낌이다.

 같은 배우들이 너무 많이, 자주 나온다. 다른 배우들에게 기회를 더 줄 수는 없는건가.


 많이 안타깝다.

 160억 제작비가 들어갔다는데, 왜 이런 기본적인 실수를 하는지 모르겠다.

 누구를 탓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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