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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Mar 26. 2019

1. 이수진, <우상>

욕심이 지나쳐서 망가뜨린 영화

 무비패스는 이제 지원만 하면 다 되는 것인지. 제대로 글을 확인하는지도 의문이지만, 매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영화표값이 문제가 아니라, 영화를 강제적으로 보게 만드는 수단이 되니 일상의 탈출이다. 이번에도 안되면 열심히 일이나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다행히 또 한 계절의 잠깐의 휴식이 될 듯하다. 

 

 이번 분기 무비패스 첫 영화는 "우상". 영화 포스터가 유난히 눈에 자주 보였는데, 처음에 천우희가 인도풍의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된 옷을 입고 있는 것인 줄 알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주차장의 피가 떠오른다.

 잠실에 사시는 이사님이 감사해서 같이 보자고 말씀드렸는데, 같이 보자고 한 걸 후회하게 만든 영화...

 이날 저녁도 라면을 사드렸는데, 뭔가 안맞았다.

 표를 받는데 이번에도 기념품. 그런데 청심환을 줬다. 도대체 얼마나 무섭길래.  

 공포영화는 질색이라 처음으로 영화보기 직전에 검색을 했는데, 뜻밖에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다수. 잔인하기만 하다는 말. 다행히 무서운게 아니라 잔인한 거여서 조금 위안이. 스티커는 딱히 영화와 연관이 없었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연기파 총출동. 연기는 역시 명불허전. 정말 대단하다, 제정신에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있으나, 영화 전반의 구성이 이 연기력을 묻어버리는 기술. 이수진 감독의 전작 <한공주>를 아직 못봤는데, 전작에서 평이 그렇게 좋았던 감독이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입장이 늦어 영화 오프닝 사진을 못 찍었는데, 영화를 해석한 것을 인스타에 올리면 선물을 준다는 거였다. 마케팅 방법도 그렇고, 출연진도, 느낌도 <곡성>의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었는지. 그러나 퀴즈를 내기에는 문제 자체가 문제였다. 

 

 후기를 쓰기 위해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모두 검색해서 찾아봤다. 다행히 같은 반응. 브런치 무비패스 글도 형식적으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는 사람도 있는 듯. 영화 한 편 볼 돈이 없어서 이런 짓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의외로 자기식으로 영화를 해석한 사람은 없고, 영화의 불편함에 대한 언급이 대부분.


 우상像.

 무엇을 신처럼 숭배하는가의 이야기가 핵심 주제였던 듯하나, 군더더기가 너무 많았다.

 주인공을 한석규로만 하던지 했어야 했는데, 2.5명이 되었다. 

 처음 목잘린 이순신 동상의 파격. 영화적 표현으로 얼마든지 용인될 수 있어야 하는데, 영화의 제목이 <우상>이라는 것을 순간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영화 시작에 CGV 아트하우스가 뜨기에 흥행할 리는 없겠다고 들었는데 차라리 다행인지도. 이게 이슈가 되서 부각되는 게 꺼려지는 영화. 진짜 이순신을 우상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잘못 들었는가 했는데 시작부터 또 파격적인 설경구의 나레이션, "딸딸이"로 시작되는 문장.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영화 중반부에 한 번 더 장면으로 보여지는 것을 오프닝으로 한 것인데, 이걸 도입부에 넣었다는 것은 중식(설경구)와 련화(천우희)의 관계가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아니라는 힌트를 주기 위함이 아닐까.

 죽은 지체 장애 아들과 성매매 전과가 있다는 언급에서, 아들과 련화는 오직 거주 비자만을 위한 형식적 관계. 그런 련화가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었고, 뱃 속에 아이가 있다는 설정은 이 아이가 중식의 아이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리고 포카리스웨트를 박스로 들고 다니며 련화를 바라보는 중식의 눈빛은 아들의 며느리라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 "우상"이 아닐까. 그래서 애타게 찾은 것이고. 마지막에 자신의 아들이 련화한테 죽었을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주는데. 근데 이걸 우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하필이면 또 경남, 도지사를 준비하는 구명회(한석규). 이름부터 구명, 회로 약간 종교적 느낌이 강한. 귀국했는데 명회의 아들이 뺑소니를 냈고, 시체를 병원이 아닌 집으로 가져와버린다. 그걸 아내는 신고하지 않고, 한석규에게 연락. 집에 오니 시체는 비닐에 씌여져있고, 아내는 피 묻은 차를 씻고 있다. 뺑소니로 죽은 사람이 중식의 아들. 

 욕실에서 명회는 아들을 다그치며 자수하라고 하는데, 명회의 아들은 매우 자조적이다. 그렇게 아들은 구속되고, 중식이 경찰로 찾아와 난동. 그런데 중식의 아들 옆에 있어야 할 며느리 련화가 없다. 

 명회는 집으로 돌아와 이상한 느낌에 사고당일 CCTV를 돌려보는데 놀랍게도 뺑소니 당한 중식의 아들은 집에 있을 때까지 살아있었다.


 여기까지는 흥미진진하고 신선한 스릴러였다. 딱 여기까지. 

 자연스럽게 중식은 며느리를 찾고, 명회는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 흘렀어야 했는데. 지극히 상식적인 전개가 없다. 그 이후부터 영화는 산으로.

 아내는 로봇같은 대사를 읊으면서, 피 묻은 옷을 한석규가 보는 앞에서 널고. 아들은 자해 시도까지 하는데, 중식의 아들의 죽음에 대한 명확한 정보와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중식이 련화를 찾는 이유는 억지로 껴맞춰서, 사랑하기 때문에 지키기 위해서 찾는다고 하지만. 명회가 련화를 찾는 이유가 살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라면 너무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

 도지사를 준비하는 한의사라는 설정이 무색할 정도로, 련화를 납치하여 발가락에 주사를 놓는 장면. 갑작스런 중국어. 심부름센터 직원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


 련화의 언니로 추측되는 화상 입은 여인이 왜 목이 잘려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설경구가 범인인지. 련화가 한국으로 오기 전에 사람을 죽였다고 했는데 그 일가의 복수인지. 아무것도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식이 끝가지 련화를 지키려고 했다는 것에서 분명 사랑하는 여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갑자기 명회의 가족을 습격하고 폭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부분에서는 모든 것이 물음표로 바뀌는.

 도무지 감독의 개꿈 같은, 혼자 망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이상한 편집과 쓸데없이 사람을 죽이기만 한 것 같은 있어보이려고 하는데 하나도 없어보이는, 난해하면서도 안타까운 영화. 

 100억 제작비가 들었다는데 적어도 투자자 입장도 고려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화상 입은 명회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것은 입이 녹아내려서인지 모르겠으나, 나름 교회에서 하는 방언을 형상화한 듯. 쓰레기라도 추앙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이것은 재미도 없고, 이미 여러번 우려먹은 뻔한 '우상'. 그래, 차라리 뻔하더라도 이해하기 쉽게 한석규만 주인공으로 끌고 가는 게 비난은 줄었을 것이다.


 청년경찰, 범죄도시, 극한직업, 우상까지. 

 조선족, 중국 교포 등을 악인으로 자꾸 묘사하는 것 같아 우려가 된다. 

 "입은 아이되오" 의 쓸데없는 명대사와, 마지막 한석규의 엔딩 장면도 의도된 것인지.

 무튼 욕심이 지나치게 과해서 최악이 된, 내 글 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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