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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Aug 28. 2018

아니시 샤간티, <서치>

첫번째 영화

일시 : 2018년 8월 22일 20시

장소 : 대한극장


스포일러를 꺼리시는 분은 영화 보시고 읽어주십시오. 이 영화는 무조건 봐야하는 평점 10점 만점에 10점!

 다시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감사하게도 네 번째 무비패스에도 뽑혔다. 단순히 영화를 무료로 보는 즐거움이 아니라 이걸 의무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긍정적 압박이 너무 좋다. 게으름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정해진 극장을 순회해서 하는 듯하다. 완전히 가보지 못한 지역의 영화관을 찾는 즐거움도 있는데, 그래도 가봤던 곳을 가는 익숙함도 나쁘지 않다.

 

 <서치>. 원제 'Searching'도 아니고 '검색'도 아닌 서치. 짧은 단어에서도 이제 한글보다 영어가 더 당연시 되는 것인가. 원어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찾기'라는 말이 이상하다면 그 이유는?

  

 분명히 어디서 봤고, 한국계 같은데 이번에 알게 된 배우 '존 조'. 풍양 조씨일까.

 초반부터 매우 참신한 방법으로 노출된다.

 이것도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올해 충격적이고 오래 기억될 영화들이 쏟아진다. 방대한 콘텐츠 중에서도 겹치지 않고 개성으로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천재가 너무나 많다. 너무나 익숙한 윈도우 XP에서 시작되어, 단순히 오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연출 방식이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MAC으로 갈아타면서 엔딩까지 전개된다.

 물론 카메라로 촬영을 했겠지만, 일단 영화 내에서 단 한 번도 기존의 영화처럼 카메라 화면은 노출되지 않았다. 유튜브의 압도적 영향력을 다시 한 번 느끼고, 현재 미국 내에 어떤 IT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지... 아... 분명 졸업한 모교에서는 이 영화를 가지고 수업을 할 것이다.

 

 주인공인 백인이나 흑인이었다면 또 달랐을까. 황인(동양인) 역시 차별을 받고 있는 듯하다. 아니면 같은 황인이면서 미국 내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자의식이 있는 것일수도. 이게 무섭다. 정작 미국을 가본 적이 없는데, 나는 무엇으로 그 느낌을 받았을까?

 딸을 찾는 아버지. 전형적인 부성애 영화이나, 표현 방식이 다르다. 온라인에서 그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매우 수동적이고 지루할 수 있는데 마우스 움직임과 커서 깜빡임만으로 박진감이 넘친다. 극장 스크린이 지금까지 내가 써 본 모니터 중 가장 큰 화면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감독의 마법이다.

 화면 보호기마저, 언뜻 노트북의 효과음으로 들릴 수 있는 배경음악까지 천재라는 말을 여러 차례해도 과하지 않을만큼 엄청난 영화다.


 딸을 사랑한다면서도 사실 너무나 무심했던 아버지. 왕따나 다름없었던 딸의 일상(이 설정이 조금 아쉽다. 온라인 중심의 이야기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실제 성격까지 폐쇄시켜버릴 줄은).

 개인정보가 간단한 질문, 대답에 의해 허무하게 공개되는 장면.

 표에 일목요연하게 딸 친구들의 정보를 정리하고, 제 3자임에도 내가 직접 컴퓨터를 하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이입하게 하는 방식. 제작할 때 스텝은 일반 영화의 절반 정도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몇 몇 촬영씬을 조금 바꿨다면 아주 작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누렸을 것이다.

 이 감독이 블록버스터를 찍으면 어떻게 될지 참 궁금하다. 


 초반 동생이 "마리화나"를 노출시켰을 때 분명 복선이 되서 범인은 동생일 것이라고 확신했는데, 이것이 반전에 관객을 낚는 것이라 세게 두드려 맞았다. 아버지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장난을 쳐봤어도 괜찮을텐데.

 감독이 고심 끝에 모두에게 충격을 주고 싶어서 쥐어짠 반전인 듯하여 아쉬움. 경찰과 경찰 아들을 조금 더 묘사해줬어야 개연성이 살아났을텐데, 신선하지만 좀 억지스러워 옥의 티였다. 


 딸이 누구인가? 로 전개되다가 딸은 어디에 있는가? 로 이어져, 아버지의 초인적인 감으로 찾아내는 약간 히어로물 같은 느낌. 그러니 당연하게 이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구조.

 컴퓨터 바탕화면만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감동을 준... 정말 천재 감독.

 유명세 앞에 거짓을 늘어놓는 인간성. 목숨을 가지고 돈벌이를 하는 업체. 

 익명에 숨겨진 진짜 얼굴. 그 얼굴로 소름을 돋게 한 감독! 또 보고 싶다.


 맥북과 아이폰 매출이 더 늘어날 것 같다.

 애플과 구글은 영화에 상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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