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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Sep 17. 2018

박희곤, <명당>

세 번째 영화

일시 : 2018년 9월 12일 수요일 20시

장소 : 잠실 롯데타워 롯데시네마


 기,승,전까지는 좋았으나 결에서 무리수를 두었다. 영화는 마지막이 남는 법이라 아쉽게도 6점.

 지난 설날 대목에 개봉했던 영화는 모두 실망을 시켰어서, 이번 추석에는 좀 다르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다. 민족 명절이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사극의 비중이 명절 때는 높다는 느낌이 드는데. '인랑'이 너무 망작이었어서, 그 이후로 출연진의 무게감이 있는 영화는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겼다. <명당>

 글자 폰트도, 느낌도 이전 송강호 주연의 <관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스쳐지나간 <궁합>까지 묶어 역학 3부작이라는 말이 있었다. 초기부터 기획을 했던 것인데 궁합이 흥행을 못해서 크게 언급이 되지 않았던 듯.


 이날 동시다발적으로 시사회를 했는데, 반대편 영화관은 <물괴> 였다. 그래픽 괴물이라는 소재에, <조선명탐정> 때문에 김명민이 사극을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 이상하게 일부러 보고싶지 않아지는. '명당' 역시 시사회가 아니었다면 먼저 봤을까.


 조승우, 지성, 김성균, 백윤식, 문채원. 역시나 초호화 캐스팅.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이후 영화의 스토리보다 톱스타를 여럿 내세우는 전략의 영화가 많아진 듯. 그러나 그런 영화일 수록 뚜렷하게 남는 것은 없고, 과거부터 돌이켜봐도 그 당시에는 신인이거나 무명이었던 배우가 주인공이거나 원톱 주연의 영화가 더 오래 회자되는 듯. 이번에도 마찬가지.

 영화 개봉 시기는 TV 드라마에 출연배우가 주연으로 다시 나오기 시작할 때를 노리는 것인지, 기획사에서 개봉시기를 고려하여 드라마에 출연시키는지 궁금할 정도로 브라운관에서 보던 배우가 스크린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최근 주지훈은 같은 기간 극장 포스터에서만 얼굴을 세 번 이상 본 것 같다. 정말 배우가 없는가? 그렇다면 톱스타를 쓰고도 흥행하지 못하는 영화는 무엇인가. 끊임없이 신인 배우들이 나오고, 아이돌이 배우로 전향하는 가운데, 진짜 실력있는 배우을 잃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초반 10분 안에 충격을 주지 못하면 안된다는 강박증이 있는 듯. 고금을 막론하고 전개가 빠르고 자극적이다. 몇 명을 죽이면서 시작하는 것인가...

 관상을 봤기에, 명당을 근거로 권력 암투가 펼쳐질 것은 짐작했으나 시대적 배경이 어디냐가 관건이었는데 "흥선군" 이라는 말에 사실상 결말을 스포해버린 거나 다름없어서 급실망.

 관상 역시 정해진 결말이었으나 배우 연기나 구성이 탄탄해서 재미있었는데, 명당은 캐스팅에 문제가 있었다. 우선 출연진이 너무 많았다. 전체적으로 산만했다. 조승우가 큰 줄기를 이루어야 했는데, 중반에 백윤식과 지성으로 나뉘다가 결말은 어이없다.

 선악 대립에, 추가로 선이 악이 되는 장면은 신선했는데. 이게 실존 인물이 되버려서.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의 경우는 억지스럽게 되는거고, 모르는 사람이 보았을 때는 실제 이대로 받아들일 것 같은 기우. 진짜 모르는 사람은 상상을 초월하게 모르고 있어서 나라를 잃은 게 정말 이 때문이라고 생각할까봐...

 실질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역할은 '유재명' 배우였다. 차라리 중반에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더 효과적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영화를 통해 날아오르실 듯하여 좋았다.


 조승우는 타짜 때가 떠올랐고, 믿을 수 있는 연기이므로. 지성은 사극과 어울리지 않는다. <안시성>의 조인성도 이러한 느낌 때문에 부정적 평가를 받는 듯하다.

 영화 최악의 문제는 뜻밖의 '문채원'이었다. 정말 좋아하는 배우인데 멍석말이를 당해 두드려 맞는 신에도 얼굴에 상처 없이 공주님 스타일로 연기를 해서 헛웃음이 났다. 망가지는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역할을 확장시킬 수 있을까.

 헌종 역의 '이원근' 배우는 어찌 보면 영화에서 가장 핵심이었는데, 백윤식과 맞붙여버리니 아쉬움. 발음과 발성만 가다듬으면 좋아질 듯하다.


 조승우와 박충선의 대면에서, 둘의 과거사를 언급해줬으면.

 김성균이 아버지를 죽이고도 막판에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내용으로 싸움을 멈추는 장면 때문에 완전히 이상한 영화가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과했는데, 박충선의 죽음 장면. 이걸로 끝냈어야 했다. 사족 같은 결말.

 신흥무관학교라니!!!

 경건하게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난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있었다. 애국가가 안나온 게 얼마나 다행인지. 과거 심형래 감독의 <디워>가 떠올랐다.

 흥선대원군에 묘지 하니까 오페르트 도굴 사건이 떠올랐는데 그것이 모티브가 되었을까.

선물로 파일을 줬다

 작금의 부동산 투기가 떠오르는 입지 전략. 교묘하게 그것이 맞아떨어져서 재미를 줄 수 있었는데, 외세가 전혀 언급되지 않는 장면에서, 흥선군 지성의 사욕으로 인해 나라가 망한다는 설정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정말 4분의 3을 잘 만들어놓고, 마지막 1에서 엎어버린 안타까움.

 앞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보여주고, 열린 결말로 넣어두었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시대적 배경을 조선 말기가 아니라 무학 대사가 나오는 조선 창건 때로 했으면 어땠을까. 지긋지긋한 정몽주와 이방원 때문에 피로감이 느껴졌을까.

 부디 이 영화를 계기로 관객들이 조선말기 혼란한 정국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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