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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Oct 22. 2018

이시다 히로야스, <펭귄 하이웨이>

다섯번째 영화

일시 : 2018년 10월 15일 월요일 19시 30분

장소 : 메가박스 동대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이웃집 토토로 + 에반게리온 + 인셉션 + 너의 이름은 = 평점 10점 만점에 5점

 정신적으로 너무 피폐한 상황에 울며 겨자먹기로 써야 하니까 쓴다. 의무라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소설 원작이라는 것은 전철 타고 가다가 알게 되었고, 내용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귀여운 아이와 역시 귀여운 펭귄이 포스터에 있어 아동용 만화를 성인 대상으로 시사회도 하는구나 하고 갔다.

 이제 익숙한 동대문 메가박스는, 지하에서 바로 연결하는 통로가 있다는 것을 세 번 만에야 깨닫게 되었고.

 조숙하다고 표현하기는 애매한 초등학교 4학년 아오야먀青山. 펭귄과 교류를 통해 일어나는 모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초반부터 '가슴'을 언급하더니 끝까지 '가슴'이야기로 끝났다. 이럴거면 왜 제목을 '펭귄 하이웨이'라고 지었으며 내용에 펭귄 하이웨이가 뭔지 굳이 알려줄 필요도 없었는데.

 가족 아니, 보호자를 동반한 아이와 같이 보더라도 서로 매우 민망한 내용이고, 어렵고, 부모가 아이에게 설명해주기도 어렵고, 세 번을 봐도 이해를 전혀 할 수 없는 내용이다.

 외계인도 아닌, 그렇다고 과거와 미래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이름도 없는 누나는 그럼에도 집도 있고 치과에 근무하는 직업도 있다. 장르가 판타지 SF로 넘어갔기 때문에 범인의 시선으로 이 영화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납득은 가게 만들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하필 수많은 물건 중에 콜라캔에서, 수많은 동물 중에 펭귄이며. '가슴'을 병적으로 집착하는데 영화 내용에서 정작 '가슴'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었는데 영화 끝나고 남는 것은 '가슴'뿐이다. 스스로 변태인가 하는 죄책감만 들게 하는 영화. 미투 열풍에 일본은 아직도 이런 게 가능한 것이 신기하고 안타까울 따름.

 공간이 뒤엉켜있는 모습은 <인셉션>의 한 장면 같고, 숲에서 펭귄과 바다가 등장하는 것은 <토토로>, 전반적인 상상력과 플롯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그리고 인물 구성에서는 <너의 이름은>, 전체적 인상은 <에반게리온>. 모든 히트작을 한 군데 모아놨는데 오코노미야끼가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가 되었다. 망작이다. 펭귄만큼이라도 소수 정예로 캐릭터화 잘 시켰어도 봐줄만 했을텐데, 펭귄은 아파하다가 터져버리고 사라지고 남는 게 없다. 

 개연성이라도 살려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소설은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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