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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Nov 01. 2018

추상미, <폴란드로 간 아이들>

여섯번째 영화

일시 : 2018년 10월 23일 월요일 20시 00분

장소 : 메가박스 코엑스


우리나라가 아닌 제3국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떻게 느꼈을까? 위대한 인류애, 평점 7점.

 10월 23일, 나의 32번째 생일이었다.

 이날 영화를 보는 것이 맞을까 잠깐 고민했으나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하여, 그리고 간만에 대략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었기에 신청했다. 뭔가 작은 동기부여가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밀정'을 보러 오고 간만에 찾은 미끄럼틀이 배치된 메가박스. 표를 받으러 가는데, <나의 아저씨>로 좋아하게 된 박호산 씨가 서계셨다. 바로 옆에서 박호산 주연의 <이, 기적인 남자> 시사회를 또 하고 있었다. 좀 무리해서라도 사진 찍어달라고 요청을 드렸을텐데, 팬이라고 하면서 다른 영화를 보는게 실례인것 같아 구경만. 흥행은 둘째치고 상영하는 것조차 어려운 세상에 영화인은 다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신기한 우연으로 자리도 I열 23번. 

 강한 연기(?)로 인식되있는 배우 추상미의 감독 데뷔작. 무거운 분위기로 나갈 것 같았던 예상과 다르게 화사하고 상쾌한 느낌의 오프닝.

 탈북 청년을 캐스팅하여 '그루터기'라는 영화를 제작하기 전에, 자료 수집을 위한 취재를 담은 다큐였다. 실제 개봉 하는 영화라면 역사상 가장 긴 예고편이 아닐까?

 아주 오래된 영상에서 시작된다. 폴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노래를 부르는 북한 아이들, 그리고 폴란드 교사들. 북한 억양으로 한국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푸른 눈의 서양인들. 6.25 전쟁으로, 북한이 남쪽 전선에 있을 때도 고아들을 모아 동부 공산 유럽권에 다 보내버린. 그 중 한 집단이 폴란드로 와서 폴란드어와 교육을 받다가 다시 북송되게 되는 전체적 줄거리.

 남북 화해를 넘어 휴전선이 무너질 것 같은 긍정적인 타이밍에 딱 맞는 개봉이 아닌가 싶다만 다큐멘터리 특성상 예전 <워낭소리> 만큼 흥행은 어려울 것이나, 이전까지 아무 인연도 없던 대륙 끝의 나라의 어린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눈물까지 흘리는 것에 감동의 소름이 돋았다.

 폴란드도 2차 대전을 겪고 전쟁의 상처로 인한 동병상련이라고 설명하지만, 정말 그 때문이었을까? 

 사람의 본성이란. 이데올로기를 넘어 공산주의가 북한으로 인해 상당히 왜곡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 최근 세계적인 난민 문제 역시 냉소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데, 나 역시도 마음은 아프지만 여유가 없다는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편이고. 그럼 나는 전쟁을 겪지 않았기에 보듬지 못하는 것일까?  

 어린 나이에 평생의 받을 상처를 모두 모은 것보다 큰 고통을 겪고 넘어온 북한 청년들의 인터뷰. 도중에 말을 잇지 못하던, 중국에서는 얼마나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너무 뻔했지만 그럴 수 밖에 없던 마지막의 철제 담장을 걸어내려오는 드론 촬영씬이 우리의 미래가 되었으면 한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지만, 북한 주민의 인권이 小가 될까봐 우려가 크다.

 생일에 매우 감사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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