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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Dec 10. 2018

폴 페이그, <부탁 하나만 들어줘>

열번째 영화

일시 : 2018년 11월 29일 목요일 8시

장소 : 용산아이파크몰 CGV


 나 같은 놈을 겸손하게 만드는 재치만점의 스릴러. 스릴러를 웃으면서 보게 될 줄이야. 평점 9점, 강력 추천!

스포일러를 그냥 써버리는 글이므로 읽지 말고 저를 믿고 영화를 꼭 보세요. 

 또 게으름에 글이 늦었다. 이 영화가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하나가 더 있으니, 못 가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열번째 영화였는데 금전으로 환산했을 때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지만. 영화관 가는 행위 자체를 부지런하게 만들고 잠시나마 일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세상에 콘텐츠가 너무 많다. 집에만 와도 선택지가 너무 많다. 일정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일을 더 하거나, 수백명의 사람 중에 한 사람을 만나거나 수백권의 책 중에 한 권을 읽거나, 수십개의 게임 중에 하나를 하거나, 수억개의 인터넷 콘텐츠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브런치의 '강제성(?)' 덕분에 하나만 할 수 있다. 나이가 든 것이다. 누군가 선택해주는 것을 이제 선호하게 되다니. 퇴보한 것일까.

 스릴러 라고 하면 잔인하거나 깜짝 놀라거나 암울하여, 흥행에 성공해서 대화에 끼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면 되도록 안보려고 노력하는데 공포영화와는 다르기에 도전. 주연인 두 배우 중 '안나 켄드릭'은 완전히 처음 보는 배우고,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낯은 익은데 출연한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같은 시기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예고편 때문에 낯익은 헨리 골딩이라는 남배우만 알아볼 정도. 

 포스터의 얼굴과 영화에서의 얼굴이 많이 달라보였지만, 이 영화는 마케팅팀이 참 애먹을 것 같다.

 홍보 전단에 '서치'와 비교한 것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프닝이 또 브이로그라는 플랫폼 내부의 영상이라 정말 서치 같은 연출인가 했는데 다행이 소재였고 적당히 배치되어 마지막 엔딩의 접점으로 귀결된다. 전반적인 경향인 것 같아서 이제 영화 시작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해지는 듯. 이날 시사회는 광고 없이 바로 시작해버려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브이로그상의 구독자수가 서서히 올라가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 아주 세심한 디테일까지 연출가는 놓치지 않는 듯. 영화를 소장하여 여러번 보는 사람들 때문인지도.

 '스테파니' 역의 안나 캐드릭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꽤 많은 작품, 특히 한 번도 본 적 없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출연한 주요 배우로 나만 모르는 듯. 정보가 전혀 없을 때는 신인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연기력에 감탄. 능청스럽게 수다쟁이 역할을 너무 잘해서 자꾸 나올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에밀리'역이 블레이크 라이블리도 딱 맞는 캐릭터를 입었다. 캐스팅한 감독의 안목이 정말 탁월하다.

 나처럼 영화를 계산하고 생각하고 분석하려고 하는 특이한 관객을 가지고 노는 듯한 줄거리. 수많은 가설을 다 틀리게 만든 게 대단할 따름. 


스테파니가 과거를 숨기기 위해 남편과 이복오빠를 같이 죽였다. (X)

스테파니가 본인 방송의 흥행을 위해 에밀리를 죽였다. (X)

에밀리와 스테파니의 이복오빠가 아는 사이다. (X)

영화는 메멘토처럼 미래에서 과거로 거꾸로 가는 배치다. (X)

에밀리는 쌍둥이다. (O)

스테파니와 에밀리의 동성애를 이루기 위해 처음부터 짠 각본이다. (X)

스테파니와 에밀리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것이다. (X)

남편 션의 제3의 여자가 모든 것을 다 차지한다. (X)

에밀리가 모든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A)


 유일하게 하나 맞춘, 에밀리가 쌍둥이라는 거 하나 맞추고 "거봐, 이것도 별 수 없네" 하고 뻔하고도 지루한 결말로 매듭짓고 끝내버리는구나 하는 찰나에 뒤통수를 때려버리는. 이 줄거리를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이 영화를 청소년 관람불가로 할지 15세 이상가로 할지 정하는 투표가 있었는데, 선정적인 것이 판치는 세상에 그리 자극적이라 생각이 들지 않아 나는 15세 이상가로 해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연말 볼만한 영화가 쏟아지는 시점이라 흥행이 우려되지만 타이밍만 잘 맞췄다면 입소문 타고 흥행했을 듯. "범인은 절름발이야!" 에서 "범인은 쌍둥이야!" 는 유행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오히려 여름에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의 종합 선물 세트인데 허술하지 않고 다 괜찮은 간만의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영화. 많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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