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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Dec 22. 2018

피터 패럴리, <그린북>

열한번째 영화

일시 : 2018년 12월 18일 월요일 8시

장소 : 용산아이파크몰 CGV 


'나홀로 집에' 이후 청년을 위한 최고의 크리스마스 영화라고 생각한다. 재미와 교훈, 10점 만점에 10점.

 처음 글의 라벨 색상을 영화 전체의 느낌이나 메인 테마 색상으로 했는데, 이 영화는 '검은색'이 예의다.

 초반에 전개가 어수선해서 영화관에 잘못 들어왔나 했다. 인물의 성격과 개연성을 불어넣는 것이었는데 집중을 못해 놓쳐버렸다. 가장 아쉽다. 시사회는 광고를 안해주니 바로 시작하고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가장 문제다. 극장의 근원적 문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제목인 <그린북>은 영화에서 딱 2번 등장하는데 의미는 있으나,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이 아닌 것을 제목으로 지은 것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지금 흥행을 못하더라도 훗날 꼭 봐야할 영화로 뽑힐 것 같은데 우리 정서에 너무 약한 제목이다. 그렇다고 딱히 대체할 제목도 떠오르지 않는다. <델마와 루이스>처럼 나란히 짓기는 <토니와 셜리>는 유치하다. '크리스마스'가 타겟인 영화인데 무거운 주제인 인종차별을 메인으로 넣다보니 예술영화 상영관으로 간 것 같은데 아쉽다. 게다가 실제 개봉일은 1월 9일이라니... 

 주연인 마허샬라 알리는 <문라이트>에서 봐서 바로 알아봤는데, 비고 모르텐슨은 너무 낯은 익은데 그냥 '콜린 퍼스' 닮은 배우로만 보고 연기를 잘한다고만 생각. 글 쓰면서 알아봤는데... 아, <어벤져스>의 비젼을 봤을 때보다 더 충격적인. 이 배우가 <반지의 제왕> 아라곤이라니!!! 

 실로 배우의 변신은 놀랍고도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카리스마 넘치던 잘생긴 포지션의 배우가, 망가지는 연기를 마다하지 않는 멋진 중년의 배우가 되었다. 이 영화는 꼭 다시 볼 것이다.

 최근 컬러 복원된 80년대의 서울 사진만 봐도 얼마나 세상이 달라졌는가 느끼는데, 50년 전의 미국은 오죽했겠는가. 여전히 흑인 차별이 판치는 미국에서 백인이 운전수가 되어 흑인을 모셔가는 상황. 소재를 참 잘 잡았다. 떠버리 토니, '토니 발레롱가'가 왜 흑인에게 바로 관대할 수 있었는지 좀 개연성을 더 불어넣었으면. 이탈리아 출신이라고 하기엔 약하지만. 같은 백인이지만 역시 또 차별받는 존재라는 것인지.

 천재적 재능으로 흑인 내에서도 튀어버린 존재. 동성애를 뜻하는 것인지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었던 수영장의 샤워실 씬도 너무 극단적으로 고립된 캐릭터를 만들어 버린 듯하여. 이게 실존 인물 그대로라면 그 또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을 듯.

 영화 보기 전에 KFC 햄버거를 먹었는데 상영전 치킨이 먹고 싶을 거라는 경고. 정말 치킨이 자주 노출되어, 나중에 <치킨 보면서 봐야할 영화 5편> 같은 소재로 분명 사용될 듯하다 ㅎ. 영화 끝나고 거의 10년만에 먹는 것 같은 '닭다리' 과자를 줬다.

 음악은 물론 문학에도 조예가 깊어, 아내에게 보내는 일상의 기록을 연애편지로 바꿔버리는 에피소드. 이미 아내는 알고 있고. 잘잘한 웃음을 중간중간 넣어주는. 

 자연스럽게 인종 차별에 분노하고 감정이입이 되어 분노하게 되는. 내가 유색인종이고 아직 인종차별을 겪어 보지 못했어도 이 정도인데. 서양에서도 이런 느낌을 똑같이 받았으면 좋겠다. 조금씩 또 어느 부분에서는 세상은 확실히 발전하고 있는 것인지도. 차별 에피소드를 너무 반복 나열한 느낌도. 

 원래 피아노를 잘 쳤던 것인지, 배우들이 실제로 그 직업군에 동화되어 훌륭하게 소화되는 걸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배우든 아니든 다재다능해야 살아남는다. 그리고 엄청난 노력.

 마지막에 위치를 뒤바꾸어 돌아오는 것은 최고의 엔딩.

 놀랍게도  보다가 포기한 <무비43>과 기대보다 실망을 더 크게 안경준 <덤 앤 더머2> 감독이다. 10편 찍으면 한 편의 수작이 나오는 것인가. 덤앤더머를 해봐서 이런 영화가 나온 듯.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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