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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Apr 18. 2019

3. 안드레이 즈비아진세프, <러브리스>

우울한 나의 이야기


 충무로는 이상하게 마음이 무겁다.

 러시아 하면 과거 러일전쟁과 소련. 고르바초프, 옐친, 푸틴 같은 대통령이나 아르샤빈, CSKA모스크바 같은 축구 선수가 내 지식의 전부였는데 인생 첫 러시아 영화란다.

 중국이나 북한만 봐도 공산주의 체제에서도 영화 산업은 잘 발달되있는데 정치적 이유로 추측되지만, 러시아 영화는 그 이전에도 접할 기회 자체가 없었던 듯하다.

 제목부터 '러브리스loveless'로 우울한데, 혹여나 무서운 것일까봐 미리 본 예고는 아이의 실종. 우울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고 재미없을 것이라고도 역시 예상하고, 초반부터 많이 졸았다.

 오프닝부터 키릴 문자가 있어 참 낯설고도 생소했는데 화면으로봐도 상당히 체구가 클 것 같은 배우들이 등장하여 위압감을 뿜었다.

 부부 갈등에 오랫동안 시달려 방황하는 어린 아이, 아이가 있는지도 모르고 징그럽게 싸우는 부부. 아직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 만나 사랑하는 연인.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언급이 없어 무방비 상태로, 극장에서 처음보는 섹스씬. 임신한 상태의 실루엣을 극화시키는 어두운 조명. 전반적으로 늘어지고 길게 끄는 연출이었지만, 임팩트는 상당히 강렬했다.

 갈등, 사랑, 실종, 탐색, 시련, 비극. 

 마지막의 시신이 타인인지 아들인지, 내가 졸아서 제대로 못본 것인지 모르겠으나 계속 찝찝하게 만드는 게 감독의 목표였다면 성공한 듯.

 처음엔 질투 때문에 상대의 아이를 살해한 여자의 스릴러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으나 다행히 그것은 아니고, 사랑의 공허함. 어찌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식'을 내팽겨치고, 새로운 사랑을 더 우선시 했으나 결국 이성간 사랑은 일시적인 것이고 끝없이 공허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많이 슬펐다.

 러시아도 한국과 정서가 크게 다르지 않구나.

 프랑스 영화의 느낌이 있었으나, 그 또한 왜곡된 서양의 인식일 것이고. 너무 헐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이게 예술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엇이든 우울한 것은 싫다. 

 아무리 영화를 많이 봐도 여전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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