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저를 뽑아주세요!
그래, 내가 쓴돈 내가 벌어서 쓰자!
다들 알바 다하는데 나라고 일을 못 구하겠어?
못 구했다.
진짜 못 구했다.
진짜 다들 알바 쉽게 하는 것 같아서 나도 쉽게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름만 아는 사람도 알바한다는 소식이 정말 심심찮게 들려오길래 당연히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내 첫 알바의 문턱은 너무나도 높았다. 처음을 넘으면 그다음부터는 시작했을 때보다 수월한 것은 안다. 하지만 번번이 알바를 구하지 못하자 내가 이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사실 처음에 알바하면 로망이 있었다. 특히 카페 알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카페 알바를 하고 싶었다. 깔끔한 유니폼을 입고 커피를 내리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던 걸까? 아니면 내가 드라마나 소설을 너무 많이 본 걸까? 하지만 카페 알바는 경력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애초에 첫 알바로 고려하지 않았다.
내 첫 알바 면접은 빵집이었다. 가게 앞에 구인 글이 적혀있었고 바로 지원했다. 첫 면접이라 너무 긴장해서 모든 질문에 자신감이 없이 대답했다. 경력이 없으면 자신감 있는 태도가 정말 중요했는데!! 심지어 이곳은 시간이 지나고 한번 더 지원했었다. 다시 면접 보니까 더 잘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면접을 보았는데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저 예전에 여기 면접한 번 봤었어요.' 말을 하고 말았다. 초반에는 긍정적으로 나를 평가하는 것 같던 사장님도 내가 이 말을 한 후에는 자신이 안 뽑은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라며 말했고 결국 나는 같은 곳에서 면접에 또 떨어졌다.
나의 두 번째 알바 면접은 화덕피자와 파스타를 파는 양식집이었다. 이 가게가 공고가 올라왔을 때 친구가 자신이 일했던 곳인데 괜찮다고 추천해 주어서 지원했었다. 이번에는 꼭 통과하자는 마음으로 갔고 사장님과 면접을 진행했다. 이번에도 분위기는 정말 사장님도 주의사항을 알려주면서 드디어 면접에 통과하는 듯했다. 하지만 갑자기 알바분이 사장님을 부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두 분이 의논하고 몇 분뒤 사장님은 곤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번에도 떨어졌음을 직감했다.
면접에 떨어지고 집에 가는 길에 면접 보는 곳마다 번번이 떨어져서 서러웠다. 얼른 알바 구해서 돈을 벌고 싶은데 면접조차 통과하지 못하다니... 나 말고도 알바를 하려는 사람은 정말 많았고 다들 자신의 강점이 다 있었다. 경력이거나 무경력이더라도 당당한 태도,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처럼 자신만의 승부점이 확실했다.
이제는 정말 알바를 구해야 했기에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첫 알바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전략을 다시 세우기로 했다.
나는 주눅 들고 자신감이 없어서 내가 봐도 나를 뽑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자신감 있고 깔끔한 첫인상은 정말 중요하다! 경력이 없더라도 금방 일을 배우고 적응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사실 공고가 너무 자주 올라오는 곳은 엄청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곳은 사람을 자주 뽑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일이 정말 힘들거나 사람이 힘들거나 혹은 다른 이유들이 있다. 하지만 나처럼 얼른 일을 구해야 하고 경력이 없는 사람이 가기에는 딱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공고를 보면서 대패 삼겹살 가게에 지원했다. 사장님이 전화를 받으셨는데 자던 중이었는지 잠긴 목소리였다. 공고에서 알바를 문자로 지원을 해달라고 했었는데 얼른 구하고 싶은 마음에 바로 전화를 해서 꿀잠을 방해한 것 같아 죄송했다. 사장님은 중저음 목소리가 상당히 인상 깊은 분이었고 오후에 면접을 보기로 했다.
학교 마치고 면접 보러 가는 길. 어찌나 떨렸는지. '단정하고 자신감 있게!'라는 말을 되뇌며 가게에 도착했다. 들어가니 사장님이 테이블에 앉아 계셨고 바로 면접이 시작되었다. 긴장하기 무색하게 3분도 안돼서 면접이 끝났다. 사장님은 알바해본 적 있냐고 물어보셨고 처음이라고 하니 인사만 크게 잘하면 된다고 내일부터 나오라고 했다.
드디어 면접에 통과해서 돈을 볼 수 있다니 너무 좋았다.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첫 알바의 문턱을 넘었음에 기뻐하며 오늘은 이 기쁨을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첫 출근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