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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플로우 Jun 04. 2023

두근두근 첫 출근. 잘하고 와야지! 과연..?

다가오고야 만 첫 출근 날. 


분명 출근은 오후인데 아침부터 어찌나 긴장이 되는지. 학교 가서도 수업에 집중은 했지만 긴장하고 있었다. 드디어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공존했다. 하루 종일  기대와 걱정의 비율이  달라지며 긴장했다가 풀리기를 몇 번을 반복했을까. 드디어 출근 시간이 다가왔다.


첫 출근해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알바하게된 000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새 자신감 있게 하자던 내 다짐은 저 멀리 사라지고 긴장으로 쭈굴 해진 나만 남았다.


들어가서 내가 처음 한 말은  '안녕하세요... 저기... 오늘 처음 알바하러 왔는데 뭐부터 하면 되나요...?' 인사라도 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일은 처음이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 임하겠다는 나의 계획은 1초 만에 무너졌다. 거기서 나에게 뭐라고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이미 여기서부터 주눅이 들었던 것 같다.


정직원 언니가 제일 먼저 나에게 중요하다고 알려준 것은 '인사'였다. 주방이모님들, 정직원분들, 같이 일하는 식구들한테 오자마자 무조건 크고 반갑게 인사하는 게 무조건 오자마자 처음으로 할 일이라고 하였다. 물론 손님이 오고 갈 때도  인사를 크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거듭 강조했다. 일은 처음이니까 서툰 거는 당연하고 인사만 잘해도 반이상은 먹고 들어간다고 재차 알려주셨다. 나는 이때 '인사'가 주는 힘에 대해서 배웠고 내 삶에 큰 양분이 되었다. 


그다음에는 테이블 번호, 상 차리는 법, 상치우는 법, 고기 나가는 법 등 아주 기본적인 사항들을 배웠다. 첫날이라서 가장 기본만 알려주는데도 어찌나 헷갈리던지... 테이블 번호는 진짜 간단한 것인데도 5번에 나가야 하는데 6번에 나가고 번호가 기억이 한 번에 안 나서 1번부터 세서 나가기도 했다. 


이미 기본적인 사항들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던 나는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첫 출근 4시간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다르게 갑자기 손님들이 미친 듯이 들어오며 순식간에 바빠졌다. 나도 잘하고 싶은데 실수가 너무 많고 그 와중에 과장 좀 보태서 두 걸음 걸으면 들어오는 주문과 요청사항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손님들이 기다리니까 얼른 상도 치워야 하는데 느리지만 빨리하고 싶어서 기름통을 엎는 실수까지 하고 말았다. 


진짜 이 짧은 순간 온갖 감정이 나를 휩쓸고 지나갔다. 일을 못하는 나에 대한 자괴감, 내 실수를 수습하는 다른 직원들을 향한 죄송함, 바쁜데 실수도 많이 하는 나를 보며 혀를 차시는 주방 이모님들을 보며 드는 무서움, 이렇게 일했는데 아직 2시간 도 지나지 않은 막막함까지.


그리고 그동안 바로 내 머릿속을 지배했던 생각은 '와, 나 진짜 여기서 일할 수 있을까? 못할 것 같은데. 그만두고 싶다.'였다. 이 생각을 일하는 4시간 내내 생각했다. 진짜 너무 절망적이었다. 드디어 돈을 벌어서 내가 필요한 곳에 돈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실제로는 우당탕탕 엉망인 내 모습과 상황에 정신이 혼미했다. 나중에는 과부하가 걸려서 손님들, 직원들이 뭐라고 말하는데 아무것도 들리지가 않았다.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져서 그 순간이 너무 느리고 힘들게 지나갔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근 시간이 되었다. '드디어 끝났다!'라는 마음에 얼마나 기쁘던지! 첫 근무를 정리하고 가게 식구들에게 '내일 봬요!'라고 인사하는데 속에서는 '내일 정말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거의 개화하기 전까지 피어났다.


터덜터덜.  온몸에 온갖 음식잡내를 풀풀 풍기면서 집에 걸어가는 길. 저녁에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서 생각했다. 그냥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자고 싶다고.


 그래도 내가 처음으로 스스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에 마음 한 켠에서는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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