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플로우 Jun 12. 2023

가기 싫지만 가야한다. 두 번째 출근.

잘 할 수 있겠지....?

첫째 날은 마치고 아무생각없이 그저 쉬고 싶었다. 온몸에서 나는 온갖 음식 잡내를 물에 씻어내고. 온갖 감정의 뒤엉킴도 물에 흘려보내고. 그저 그렇게.



또다시 다가온 두번째 출근.



두번째는 첫번째보다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번째가 혼란과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만 있어서 그랬는지 두번째는 더더더 걱정이 앞섰다. 



첫째날은 어찌어찌 지나갔는데 두번째 날은 또 어떻게 버티지? 하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동시에 여기서 더이상 못버틸 것 같으니까 빨리 알바를 그만두자는 마음도 점점 더 커졌다.



하지만 나는 당장의 생활비를 벌어서 충당해야 했다. 미룰 수 없었다.



동시에 힘들다고 지금 알바를 그만두면 나는 세상의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힘들다고 그만두면 살면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버티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나는 어떻게든 버티기로 결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결심이 내 세상을 또 한번 넓혀주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정말 가기 싫었지만 어떻게든 버티기로 결심한 채로 비장하게 걸어서 가게 앞에 도착했다. 



이런... 비장하게 왔는데 가게 앞에서는 갓 태어난 송아지 마냥 발발 떨리는 것이 아닌가!!!



무사히 오늘이 지나가기를 바라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최대한 밝게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모두에게 인사했다. 다들 하도 사람이 빨리 바뀌니까 큰 기대도 없고 정도 빨리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손님들이 오시기 전에 기본 상을 세팅하면서도 어제 했던 것을 까먹지 않기위해서 계속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여전히 상번호는 헷갈렸고 가장 쉬운 일들도 헷갈리고 어려웠다. 물론 나도 이제 두번째 날이라서 잘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잘해서 얼른 적응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함이 컸던 것 같다.



너무 바쁘지 않기를 바랬겄만... 정말 미친듯이 바빴다. 솔직히 둘째날은 어떻게든 빨리 익히고 버티는거에만 초점을 뒀기 때문에 4시간이 정말 후루룩 지나갔다. 그래서 그 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정신없고 힘들었다는 것 외에는.



10시가 되었을 때, 나는 '와, 드디어 끝났다. 둘째날도 버텼다.'는 감정을 느꼈다.



이때의 안도감과 풀려버린 긴장감은 묘한 대견함과 '역시 그만두는게 나을까'하는 고뇌를 동반했다.



나는 분명 버티기로 결심했는데 이 결심을 방해하는 순간은 시시때때로 찾아온다. 나도 내 사정을 다 알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 였기에 '역시 그만두자!'는 마음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턱 끝가지 차오른 마음을 눌러내며 나는 하루만 더, 일주일만 더  버티기로 다시 결심했다.



지금 이때를 돌아보니 그 순간순간을 넘겨내는 것이 우리내의 인생이 아닐까? 우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런 순간을 넘기고 넘겨서 성공한 것이 아닐까? 



어쩌면 인생이란 이런 순간들을 대하는 스킬을 올리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두근두근 첫 출근. 잘하고 와야지! 과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