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샹, "소녀의 자화상"

자연적인 음악

by 룡하

♣ 소녀의 자화상 / 데샹


나는 나는 정말 예쁜가요?

이마는 환하고 얼굴은 곱고 / 입술은 연분홍 빛이 감돌지요
나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 내가 정말 예쁜지 말해주세요
내 눈은 에메랄드, 가느란 눈썹 / 머리는 금발에 오똑 선 콧날
새하얀 목덜미에 토실토실한 내턱 / 나는 나는 정말 예쁜가요?
볼룩한 젖가슴에 날씬한 몸매 / 곧장뻗은 두 팔에 가는 손가락
버드나무 가지처럼 날씬한 허리 / 나는 나는 정말 예쁜가요?
볼기는 살이 쪄서 토실토실 / 쭉 뻗은 등줄기에 엉덩이는 파리 제품
날씬한 다리에 토실한 허벅지 / 나는 나는 정말 예쁜가요?
빌가락도 통통하여 예쁘게 생겼고 / 멋있는 신발에 맵시있는 옷차림
마음도 착하고 사랑스런 모습 / 내가 정말 예쁜지 말해주세요
다람쥐 털로 만든 망토도 있고, / 모자도 있지만 돈도 있어요
은제품 머리핀도 여러 개 가진 / 나는 나는 정말 예쁜가요?
명주 옷뿐 아니라 비단 옷도 있고 / 금박. 흰집, 회색옷도 가졌답니다.
그밖에 패물도 많이 있지요 / 나는 나는 정말 예쁜가요?
나이는 열다섯살 아직 어려요. / 희귀한 패물들을 많이 가졌으니.
자물쇠로 잘 잠가 두어야겠네요 / 나는 나는 정말 예쁜가요?
이렇게 멋있는 소녀이기에 / 내 낭군은 당연히 멋쟁이게 마련이죠
그분은 무엇보다 대담해야 해요 / 내가 정말 예쁜지 말해주세요
그분을 위하여 내 생명 다하도록 / 하늘에 맹세하고 정조를 지키리라.
한번 한 맹세는 절대로 저버리지 않아요/ 나는 나는 정말 예쁜가요?
그분이 친절하고 상냥한데다 용감하고 솔직하며 총명하게 마련이죠
나는 그분에게 홀딱 반할거예요 / 내가 정말 예쁜지 말해주세요
나처럼 멋지고 예쁜 아가씨를 아내로 영원히 맞이할 수 있다니!
꿈같은 행보이 아니겠어요? / 나는 나는 정말 예쁜가요?
마음이 약한 신사분들은 내 말을 한 번쯤 생각해 보세요
여기서 내 노래는 끝난답니다. / 나는 나는 정말 예쁜가요? (끝)


출처 : 이헌태, "나는 누구인가? 자화상 시 모음", 대구뉴스, 2021.11.28, https://www.dg1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29



중세 후기 시학은 새로운 장르에 기존의 시학을 대입하는 데 따른 어려움, 설명과 분석에 라틴어가 아닌 자국어를 사용해야 되는 난점, 시의 위상 정립에 대한 재고 등 여러 문제들에서 시작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은연중에 의식한 것처럼, 1392년 외스타슈 데샹(Eustache Deschamps)은 최초의 프랑스어 시학인 시문작법(L’Art de dictier)을 작성한다. 데샹은 일곱 가지 자유 학예의 전통 안에 시의 자리를 확보하는 한편, 음악은 ‘인위적인 음악’이고 시야 말로 ‘자연적인 음악’임을 강조한다. 그는 ‘천성을 타고나지 못했다면 시를 익힐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5) 시인과 시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시킨다.


5) “L’autre musique est appellee naturele pour ce qu’elle ne puet estre aprinse a nul, se non propre couraige naturelment ne s’i applique, (…) ”(E. Deschamps, Anthologie, éd. Clotilde Dauphant (Paris : L.G.F., 2014), 590. 이하 EDA로 약기함.)


출처 : 김준현. (2020). 15세기 발라드의 시학과 시인의 의도. 코기토, 92, 135-176.


데샹이 보기에 자연적인 음악은 예술가에게 부여된 내적 자질이 표현된 하나의 기예이자 인간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하나의 기예이며, 그렇기에 ‘musica naturalis’는 오직 시와 관련된 것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데샹의 시문작법은 선율과 가사 두 요소로 구성되던 종래의 입장에서 결정적으로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며, 이제 시는 새로운 자율성 하나를 획득하게 된다.


출처 : 김준현. (2020). 외스타슈 데샹의 『시문작법 Art de dictier』 연구. 인문과학연구, 66, 161-192.


데샹은 일곱 가지 자유 학예의 전통 안에 시의 자리를 확보하는 한편, 음악은 ‘인위적인 음악’이고 야 말로 ‘자연적인 음악’임을 강조한다. 데샹이 보기에 자연적인 음악예술가에게 부여된 내적 자질이 표현된 하나의 기예이자 인간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하나의 기예이다.



네번째 격자틀 인식 모형 영화2 4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 편에서 배부른 소트라테스, 인문학을 즐기되 경제적 여유(풍요)를 가진 사람으로 아름다움을 죽기 직전까지 사랑하다가 사랑에 목숨을 걸고 아름다움을 위해 죽기 위해 내면적 자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더불어 인간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자화상을 그리고자 한다고 적었다.


배부른 소트라테스, 인문학을 즐기되 경제적 여유(풍요)를 가진 사람으로 아름다움을 죽기 직전까지 사랑하다가 사랑에 목숨을 걸고 아름다움을 위해 죽기 위해 예술가에게 부여된 내적 자질이 표현된 자연적인 음악(시)처럼 내면적 자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더불어 인간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자화상을 그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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