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자화상을 보고 쓴 시입니다. 시와 자화상을 같이 보시길 바랍니다.)
천국
마리아와 요한, 그리고 천사들의
보조를 받으며 왕좌에 있는 예수
미카엘 천사가 영혼을 저울질하여 선과 악,
구원받을 자와 지옥에 갈 자를 판단하구나
살가죽이 벗겨진 채 아르메니아에서 순교한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성 바르톨로메오
완벽한 이상미를 인간의 몸을 통해 구현해 내고자
육체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미켈란젤로가
순교한 성인의 빈 껍데기에 그린 얼굴
천국을 향한 간절한 소망을 드러냈나
미켈란젤로는 육체에 담겨진 외적 아름다움은 껍질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는 듯한 자신의 자화상을 <최후의 심판>의 한부분에 그려 넣는다. 완벽한 이상미를 인간의 몸을 통해 구현해 내고자 육체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에 그처럼 집요한 집중을 보이던 그였었기에 더 이상 흉물스러울 수 없어 보이는 이 자화상은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사실 그것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명인 바돌로매가 손에 들고 있는, 순교할 때 벗겨진 자신의 살가죽이었다. 허물어져 내리듯 일그러진 얼굴과 축 늘어진 몸의 모습에서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지치고 닳아져 버린 미켈란젤로 자신의 처절한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자신의 겉 사람은 누더기처럼 닳아져 버렸으나 속사람은 새로운 생명력으로 나날이 소생되고 있음을.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 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고린도 후서 4:16)
출처 : 이미경, "[아트미션 기고] 미켈란젤로 자화상 넷- 닳은 몸과 새로워진 영혼", 크리스천투데이, 2011.09.02,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249709
또 다른 예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벽화 ‘최후의 심판’(1541)을 살펴보자. 여기에는 등장하는 391명의 인물 중 특별히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으니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성 바르톨로메오(바돌로매 또는 나다나엘이라고도 함)이다. “보라! 이는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라, 그 속에 간사한 것이 없도다.” 예수 그리스도가 그를 제자로 택하며 한 말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파하다 아르메니아에서 순교한 그를 그린 성화나 성상은 실로 참혹하다. 산 채로 살가죽을 벗기었으니…. 밀라노 대성당에 있는 그의 성상(聖像)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벗겨진 자기 살가죽을 망토처럼 걸치고 있고 ‘최후의 심판’ 속의 그는 빈 자루처럼 축 늘어진 그것을 한 손에 들고 예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성상과는 달리 그의 온전한 얼굴과 축 늘어진 빈 껍질에 붙어있는 얼굴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속이 비어 일그러진 그 얼굴이 성 바르톨로메오가 아니라 미켈란젤로 자신이기 때문이란다. 순교한 성인의 빈 껍데기에 자기 얼굴을 그려 넣으면서 미켈란젤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껍데기만 남은 자신에 대한 연민? 천국을 향한 간절한 소망? 아니면 자기 혐오?
출처 : 전상직, "‘최후의 심판’에 숨어있는 자화상", 중앙일보, 2022.11.0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13932#google_vignette
‘최후의 심판’은 중세와 르네상스 기독교 미술을 통해 자주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이다. 특히 이 도상은 중세 성당의 입구 바깥쪽 벽을 장식하는 주제로 자주 사용되었고 이에 신도들이 교회를 들어서며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이미지로 작용했다. 15세기에 이르면 제단화의 형식으로 사용된 예를 볼 수 있는데 주로 삼면화의 형식을 띄면서 중앙에는 예수가 마리아와 요한, 그리고 천사들의 보조를 받으며 왕좌에 있고, 미카엘 천사가 영혼을 저울질하여 선과 악, 구원받을 자와 지옥에 갈 자를 판단하는 이미지로 나타난다.
출처 : 신채기. (2016). 미술사를 통해 본 ‘최후의 심판’ 도상 연구 I - 초기 기독교에서 고딕 미술까지 -. 신앙과 학문, 21(2), 149-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