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소년 시절 그의 선생님은 아리스토텔레스였다. 그의 아버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향을 재건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위대한 두뇌를 모셔온다. 독(獨)선생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투자의 효용을 높이기 위해 아예 왕립 스쿨을 차렸고 향후 아들의 참모가 될 귀족 자제들을 함께 공부하도록 했다. 이때의 동기들이 나중에 이집트에서 왕조를 창시하는 프톨레마이오스와 영육(靈肉)의 동반자 헤파이스티온 등이다. 3년간 수학하는 동안 그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수사학도 논리학도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직접 필사해 선물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였다. 그는 틈날 때마다 읽었고 잘 때는 베개 밑에 깔고 잤다. 트로이를 무너뜨린 아킬레우스는 그의 롤모델이었다.
출처 : 남정욱, "'전쟁광' 알렉산드로스가 추앙받는 이유…헬레니즘의 탄생에 있다", 한국 경제, 2023.04.29,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070609721
알렉산드로스의 롤모델이었던 아킬레우스는 나로 하여금 신라의 화랑인 관창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원히 사는 신들과는 달리,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 죽을 수 밖에 인간이 죽음의 운명 앞에서도 자기 존재의 지속을 갈망하는 한, 신들과 같은 영원한 존재를 지향하는 한, "불멸의 명성(kleos aphthiton)", "고귀한 명성(kleos esthlon)”17)을 추구하는 것이다. 육신은 쓰러져 개와 새의 먹이가 될지언정,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불멸의 명성을 남겨 영원토록 인구에 회자된다면, 그의 존재는 그만큼 지속되는 것이며, 신의 영원성에 버금가는 영원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7) 「일리아스」 제9권 413, 415행.
어머니도 말했소, 은빛 발의 여신 테티스가, 나를
두 가지 사망이 죽음의 끝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만일 이곳에 남아 트로이아 인들의 도시를 둘러싸고 싸우면
귀향은 내게 사라지지만, 내 명성은 불멸할 것이라고.
만일 내가 집으로, 사랑하는 조국 땅으로 돌아가면,
내게 고귀한 명성은 사라지지만, 내 수명은 오랫동안 길게
지속되고, 죽음의 끝은 나를 일찍 찾아오지 않는다고.20)
διχθαδίας κῆρας φερέμεν θανάτοιο τέλος δέ.
εἰ μέν κ αὖθι μένων Τρώων πόλιν ἀμφιμάχωμαι,
ὤλετο μέν μοι νόστος, ἀτὰρ κλέος ἄφθιτον ἔσται·
εἰ δέ κεν οἴκαδ ἵκωμι φίλην ἐς πατρίδα γαῖαν,
ὤλετό μοι κλέος ἐσθλόν, ἐπὶ δηρὸν δέ μοι αἰὼν
ἔσσεται, οὐδέ κέ μ ὦκα τέλος θανάτοιο κιχείη.
μήτηρ γάρ τέ μέ φησι θεὰ Θέτις ἀργυρόπεζα.
조국에서 편안하게 장수를 누리며 살 수 있는 길을 포기한 아킬레우스가 전투에 참여하고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은 불멸의 명성 때문이었다. 그것이 언젠가 죽을 인간에게는 영생하는 신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인간의 최선이기 때문이다.
20) 「일리아스」 제9권 410-416행.
출처 : 김헌. (2023). 환대의 윤리로 읽는 『일리아스』. 인간과 평화, 4(1), 35-62.
아킬레우스는 장수 대신 불멸의 명성을 선택했다.
신라 화랑 관창의 일화는 유명하다. 신라와 백제의 황산벌 전투에서 있었던 일이다. 신라가 백제의 명장 계백의 오천결사대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어린 관창의 적진을 향한 죽음의 돌진으로 전세를 뒤엎은 일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미소년 관창의 아비인 품일장군은 나라를 구하는 데 나서기를 권유했고 아들 관창은 기꺼이 사지로 달려 나가 장렬한 죽음을 맞았다.
출처 : "차고의 노예와 화랑 과창", 충청타임즈, 2009.05.10, https://www.cc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49474
신라의 화랑인 관창은 황산벌 전투에서 죽음으로 인해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관창을 생각하며 풍류를 되새기고자 한다.
쿠르티우스 루푸스의 이런 태도는 부복뿐만이 아니라,페르시아 식 의복을 채택한 데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가 거만하게 변해 초심을 잃어버렸다고 비난을 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알렉산드로스는 욕망을 억제하지 않게 되었다. 그가 최고의 행운을 구가하고 있을 때의 덕성이었던 자제력과 금욕이 타락하여 거만과 방탕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는 건전하고 소박한 마케도니아 인의 전통적인 관습과 마케도니아 왕이 취하던 겸손한 태도가 이제 대단한 자리에 서게 된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반신적(半神的) 지위를 내세우는 페르시아의 왕권을 흉내내기시작했다.51)
51) Curtius Rufus, Historiae AlexandriMagniMacedonis, 6.6.1 3
출처 : 윤진. (2011). 알렉산드로스(Alexandros)를 보는 세 가지의 시선: -플루타르코스(Plutarchos), 퀸투스 쿠르티우스 루푸스(Quintus Curtius Rufus), 아리아노스(Arrianos)의 저작에 나타난 알렉산드로스 대왕. 서양고대사연구, 28, 117-142.
초심을 일컫는 한자성어론 ‘물망초심(勿忘初心)’이 있다. 일을 처음 할 때의 마음가짐을 끝내 잃지 말라는 말이다. 여기에 ‘초심불망(初心不忘)’을 덧붙이면 ‘물망초심 초심불망’이란 경구가 된다. ‘초심을 유지하면 절대 일을 망치지 않는다’는 강조어법으로 널리 쓰인다.
출처 : 고경업, "물망초심(勿忘初心)", 제주일보, 2017.05.10, https://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12895
첫번째 격자틀 인식 모형, 철학 3화 최치원, "풍류" 편에서 나 또한 겸손(낮추기), 근검절약(과시소비하지 않기), 절제된 권력행사(나중에 사업을 하여 ceo가 된다면 직원 효용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ceo 되기)를 실천할 것이라고 적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자제력과 금욕이 타락하여 초심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나는 물망초심 초심불망이라는 고사성어의 뜻대로 ceo가 된다면 겸손, 근검절약, 절제된 권력행사를 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