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길

국립중앙박물관1

—고고학 강의

by 김진호

이광표


죽어서야 비로소 삶이 된 사람들

어느 수장(首長)의 무덤

북방의 바람 불어와

먼 훗날

서울 세종로 1번지

그 한켠에 되살아났다

전시실에서 지하 수장고까지

부서진 목관(木棺)

거기 터 잡고

평화롭게 죽음을 웃어 보이는

죽은 자들의 능청

벌떡 일어나 손을 건넨다

죽음과의 생생한 만남이여

발목을 잡혀 어느덧 폐관 시간

간혹 몰래 빠져나와

살아서 바쁜 곳

광화문 거리에 출몰할지라도

아직 삶이 되지 못한 죽음

끝내 목관에 몸을 뉘어야 하노니

어깨 가득 피곤을 이고

발굴장 바람 곳곳에 흘리며 가는

젊은 고고학자

광화문 지나 박물관 수장고 계단을 향한다

저들의 보폭이 무심치 않다

바람이 심상치 않다

아, 살아서도 죽은 듯한 시대

아직 삶이 되지 못한 죽음 같은 것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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