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긴 항아리
이광표
목이 긴 항아리
그 강을 건너면
완벽하게 바람을 지켜온 입구
그토록 흔적이 많았구나
얼마나 많은 생이 그곳을 들여다보았을까
그곳에 빠져 귀향을 꿈꾸었던 생은 또
얼마나 될까
툭
빙열이 터지면
숨죽여 개벽을 노래했건만
절정으로 터지는 순간
예리한 칼날이 되는 하나의 생
개벽은 산산이 부서져
건너고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허나
조각 그릇을 찾아내
하나둘 짝 맞추어가는 고고학자들
그 뒤를 따라
강을 건넌다
건너다 빠질지라도
목이 긴 항아리 깊숙이 들여다보면
확 취기가 오르고
순간, 휘청거리지만
그게 바로 길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