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길

간 천엽 한 접시 만 원

by 김진호

이돈형


‘한우내장탕’이란 간판을 너무 끓여 흐물흐물해진 식당

한 접시 만 원짜리 간 천엽을 시켜놓고

첫 잔은 빈속에 딱이라고 도망간 애인처럼 털어 넣는다


간 천엽 한 접시

싱싱하다고 하면 어딘가 아플 것 같고

내 주제를 넘어서는 것 같아서

소갈머리 없이 바닥을 보인 잔에 술이나 채웠다


간 쓸개는 빼놓는 물건인줄 알았다

간 쓸개 붙은 놈을 제값 쳐줄 리 없었고

간 쓸개 다 빼놓고 달라붙어도 속아 넘어가는 일이 태반이었다


주인장은 요즘처럼 장사 안 되면 문 닫는 게 상책이라며

끓는 냄비 속에 고춧가루를 풀어댄다

내장에 소금을 덜 치댔는지 탕에서 속 끓이는 냄새가 났다


소가 넘어간 건 넘어간 거고

속아 넘어간 것도 넘어간 거니까

소주도 넘어가야 제 맛이라고 다시 털어 넣는다


천엽에서는

일면식도 없는 소가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어쩌자는 건지

나는 간 쓸개도 없고

간 천엽 한 접시 만원이면 되는데

되새김질할 수 없는 인간이어서 기름장 속의 소금만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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