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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16. 2016

소독차

김주탁


장마 뒤끝
여우비
냉차처럼 긋고 가는 해거름
신김치 나른하게 풀풀 끓어 가는
석유곤로 냄비 찌게에는
멸치 몇 개 
뼛속 들들 우려 지던
어미의 칼슘 저녁은 뜨거웠다
상고머리 아이들이
기계총 앓던 가려움으로 
시끄럽게 휘젓고 뛰어다니던 골목
크림빵 같은 보름달 오기 전에
가정 방문하는 요란스런 소독차
습했던 하루의 기침을 소독하며
돌고 돌고 하였다
막소주 쓴 맛에 두들겨 맞는
뜨거움 식어 가던  냄비 아가리
찌그러지는 대로 그릇이어야 하는
어미의 설거지 통
달그락 거리는 달그락 거리는
그 마음 그 심정 그 저녁
집집마다 같은 냄새 같은 소리
떼 가난  떼 아이들이
소독차 뒤 따라 서캐처럼 달라붙고
앞도 보이지 않던 질주로 목이 아렸다
달아 나는 소독 연기 속으로
가난했던 눈빛 숨기고 싶었던 시절
그렇게
가난했던 성장을 소독하고 있었다
집집마다 몫몫이 배급받던 달빛
하나 같던 잠꼬대 웅얼거리던 홑창마다
다르게 깊어지던 꿈이 소독되고 있었다
다르면서 같은 아비의 술 젖은 꿈으로
소독 마친 하루가 문단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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