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길
시간을 밀어낸다.
산부인과 대기실에서 탈출을 기다리던
몸속의 씨앗들이
야생의 들판으로 몰려가 꽃으로 피어나는데
하루가 이렇게 길다고 안달해도
시계는 배터리가 쳐주는 양념만큼만 간다.
금요일 저녁이 오라고
월급날이 오라고 바위를 굴려대다
돌아오는 골목길은 점점 길어지고
맨 피부에 자외선이 따가워서
그늘을 찾을 때에도
지나가는 여자의 종아리는 놓치지 않는
지긋지긋한 욕망과 반비례하는
흰머리가 늘어갈 즈음
흥얼대던 노랫말도 하나 둘 잊혀져가고
방향 감각마저 무뎌져
자꾸 벼랑 쪽으로
나는 나를 밀어내고 있다
시를 토막 내어 소금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