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길

무단 폐기

by 김진호

이영길


버려졌다

그가 지나가면 먼지 같은 배반이 떨어지고

그녀가 지나가면 파운데이션 가루 같은 수치가 날린다


전봇대 밑에 멀쩡한 식탁이 깔리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올 법한 오디오 세트가 차려진다

한때는 누구의 입과 귀를 위해 몸 바쳤을 터인데

오천 원짜리 딱지 하나 못 붙이고 있다

비가 올 것 같다


여기저기 버려진 생들이 넘쳐나는 도시

소외되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

결국 구석진 곳에 버려진다

눈길 주는 건 노인네들

애틋하다 혀를 차고 쓰다듬어보지만 그냥 간다

그들도 매한가지다

차에 실려가 화장되거나 산산이 부서지겠지


버려졌다는 서운함

버린 자나 버림을 당한 자나 그걸 지켜 본 자나

오래도록 가슴이 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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