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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18. 2016

김주탁


꼬박 
일 년 이 개월
다섯 번의 계절을 척추에 박고
열네 번 달의 변이를 흡입하면서
한 번은 의심했던 운명의 이름
사는 것에 대한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 언제인가
다 울어버리고 
한숨 모조리 토하고 나서
살다 가는 것에 대한 이유를 계산하였다
그리고
밤마다 드러 냈던 시의 썩은 이빨
아무것도 깨물고 씹지 못하여
마시고 취하는 거친 변명 뒤로
미련한 숙취를 아침마다 견디며
살았다 살고 있었다
사는 것은 나를 찢는 일
지갑을 열어 계산하는
하루의 단가 같던 나의 가치
일 년은 
다시 일 년을 거머쥐고
나는 나의 지리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한 집착이었다
나는 나이면서
나는 없었다
없는 것들을 거두어들이며
소유하며 버리기도 하는
껍데기들을 낱낱이 벗겨 내며
너희들 안에
내가 나였다
나의 존재는 
문득
부정의 탈피였다
가벼워지려는 저항이었다
바람이 분다
날아가야 하는 순간이다
햇살이 이리 좋은 아침
단 한 번이라도
나는
나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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