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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19. 2016

소주병을 날린다

너의 나신을 처음 들여다본 것은
고일 때였다 그 서툰 관람을 마치고
천동설의  어지러움을 견디며
토악질의 구토로 첫 대가를 치러야 했다
데우지 않아도 뜨거운 물의 온도
영혼의 속살 나른하도록 데피어
너와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너의 체온 받아들이는 날들마다
거짓의 태줄 타고 오던 꿈
잘 하고 있다
잘 살고 있어
꿈과 현실
거짓과 참의 혼동을 유산하고 있었다
사는 것이 너무 힘에 부친다고
카오스의 유리잔을 들고
너의 좁은 목을 넘어가고 말았지
어두운 동굴
이끼도 씹고 벌레도 삼키며 
내분비의 이슬로 정신까지 독이 퍼져
온몸이 부어올랐지
돌아 나가고 싶어도 병목이 너무 좁았지
도수 품은 너의 속은 부패되지 않는
허무 좌절 포기 증오 시기 슬픔 고독들로
가득했지
돌아갈 수 없을까
그대로 고립되는 사실을 받아 내야 했다
분명한 한 가지 사실 
인과의 경계는 매듭이 있다
풀어내는 법만 익숙한 터라
끊어 내는 결정조차 엄두도 내지 못했지
결국 깨어 버리는 수밖에

전봇대로 수주병을 날린다

그 날 
반백 넘은 나를 포옹할 수 있었다

깨어짐에도 풀어질 수 있는
경계의 매듭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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