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등
길 내어 준 들녘이나
길 감아 가는 사람이나
어스름 저물어 버리는 일
빼꼼히 귀 기울이며
낮 거미줄 걷어 내는 시간
별빛 달빛에 저만치
나를
비껴가고 있는 너는
너를 벗는 알몸으로
흔들거리며 어지러이 뒤처지는
네모 난 창불
산자락마다 몸 틀며 구부러 지는
지방도를 달린다
뙈기밭 비탈도 흘러내리고
산의 침묵도 바짝 몰려들어
나 스치어 가는 소리
창등 하나 따뜻이 손 내밀고
잠귀로 들어내는 촌가들이다
별빛 서둘러 심어지던 달밭마다
등 하나 달고 사는
단내 나는 사람들의 꿈소리
어둠에 구겨지는 목마른 회귀에
강을 토하고 있었다
- 김 주 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