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사에서
바람 부는 날
너는 창을 열고
나는 벽을 버린다
열리고 지워진 창벽 밖으로
나뭇잎 익는 색조의 소리
너는 눈을 뜨고
나는 귀를 연다
뜨이고 열리는 이목 속으로
활활 타오르는 원근의 반란
단풍산 부랴부랴 내려와
내 허름한 속에 드러눕는
산사의 가을
무량의 풍경을 흔드는
떠도는 폭도다
- 부여 외산면 만수산에 있는 조계종 마곡사 말사다 서해에서 돌아오는 가을길에 꼭 들려 보아야 하는 천년고찰로 매월당이 마지막 생을 마감한 곳이다. 개인적으로 수락산 폭천 정사에서 그를 처음 만난 뒤로, 무량사 뒤편 영정각에서 그의 초상화를 보았을 때의 울컥함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