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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에 남겨진 한 편의 편지. 진호에게

언제 어디서나 영혼의 주인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어

by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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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에게


한 채의 집보다 한 채의 따뜻한 가슴이 있으면 좋겠이

조금 늦더라도 걸으며 들꽃들을 볼 수 있으면

그 꽃향기에 온몸을 맡길 수 있으면

이른 아침 홀로 일어나 가슴이 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

세상 가운데 넘어져도 스스로를 위로할 줄 알면

길이 달라도 그 길을 내 길치럼 아껴줄 수 있으면

열심히 살기보다는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이 내 부족함을 알려준 스승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삶이 두려워질 때 이미 나는 완전한 존재임을 믿을 수 있으면

사소한 것에도 수줍어할 수 있으면

기뿔 때 큰 소리로 웃고 슬플 때 큰 소리로 울 수 있으면 좋겠어

사랑하다가 헤어져도 길 끝에서 친구로 만날 수 있으면

햇빛과 바람에 나를 맡길 수 있으면

가슴이 소리치는 곳으로 갈 수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영혼의 주인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어

그리고 어느 날

이 모든 것을 개의치 않는 자유인이면 더 좋겠어.


김상우 _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_ 진호에게


* 상우형, 그는 언제나 내게 안식을 주는 존재다.

어느 날, 발간된 시집 속에서 내게 편지를 남겼다.

아직도 미숙한 내 삶에 작지만 깊은 위로를 건넸다.

오늘도 나는 그의 편지를 읽으며 마음을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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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사랑에관한짧은필름 #진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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