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끝이 아니라, 아주 긴 쉼표일지도 모른다."
이별의 계단
너무나도 맑은 날이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햇살은 따뜻하게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익숙한 골목을 돌아, 오래된 커피숍의 좁은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계단 끝, 유리문 너머로 그녀가 보였다.
넓은 유리창을 등지고 앉은 그녀는, 햇빛에 둘러싸여 마치 그림 속 인물처럼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말없이 마주한 시선,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묘한 정적.
진한 커피 한 잔을 주문했고, 그녀는 오렌지 주스를 시켰다.
잔이 테이블 위에 놓이고, 우리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커피의 쓴맛이 입 안을 감돌던 순간, 나는 입을 열었다.
“우리... 1년만 각자의 시간을 갖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동작 속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슬픔, 체념, 그리고 어쩌면 안도.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평소보다 작아 보였다.
나는 그 뒤를 따라 내려갔다.
밖은 소나기가 막 지나간 듯, 도로 위에 물기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 위로 다시 화창한 햇빛이 쏟아졌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몇 걸음 뒤, 나는 멈춰 섰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축 처진 어깨로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그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녀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건 끝이 아니라, 아주 긴 쉼표일지도 모른다."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