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선

제2장 방황의 시작

눈에서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

by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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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의 시작


비가 내리던 가을, 그날은 유난히 싸늘했다.

그녀의 결혼 소식은 마치 번개처럼 내 삶을 갈라놓았다.

불과 몇 달 전, 우리는 1년의 공백을 두기로 했고, 나는 그 약속이 우리를 다시 이어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 날짜를 잡았고, 나는 그 순간부터 무너졌다.


술은 나의 피난처가 되었다.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고독은 내게 익숙한 줄 알았지만, 그녀 없는 세상은 상상보다 훨씬 더 잔인했다.

후회 아닌 후회가 가슴을 짓눌렀고, 나는 점점 나락으로 떨어졌다.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날,

비는 창밖을 두드리고, 나는 또다시 술에 기대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그녀가 살던 외곽의 작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곳은 우리가 자주 찾던 곳이었고, 그날도 나는 먼저 도착해 독한 양주 한 병을 주문했다.


양주는 그녀보다 먼저 도착했다.

커다란 물컵에 따라 단숨에 마셨다.

두 잔째를 들이킬 즈음,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녀는 조용히 내 앞에 앉았고, 나는 말없이 또 한 잔을 마셨다.


그녀가 내 앞에 앉자마자, 나는 참았던 말을 꺼냈다.

“결혼하니? 왜?”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응... 미안해.”


그 순간, 세상이 멈춘 듯했다.

내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다시 시작하자고 할까? 도망가자고 할까? 그냥 잘 살라고 할까?’

하지만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조용히 자리를 떴고, 나는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그 길은 너무나 길고,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그녀의 집 앞에서 나는 그녀를 살며시 안고, 마지막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고, 나는 돌아섰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싸늘한 가을의 기운이 온몸을 감쌌고, 나는 그 비를 맞으며 걸었다.

지난 시간의 모든 기억이 한 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눈에서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내 삶의 방황은 시작되었다.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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