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과 함께 늙어가는 것이다.
천사들과 함께 늙어가는 삶
어느 날, 낡고 지친 중년의 남자에게 두 천사가 찾아왔다.
한 아이는 넙대대한 얼굴로 웃음과 눈물을 그려냈고,
또 한 아이는 동글동글한 탁구공처럼 다가와 웃고 울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평생 불효만 했던 나에게 마지막 효도를 할 수 있게 해준 조력자들.
너희들의 존재만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행복해하셨고,
그 행복은 세상의 어떤 금전적 가치로도 환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너희들의 작은 발을 입에 물고 빨았다.
나는 놀라서 물었다.
“왜 더러운 발을 그렇게 하세요?”
그분은 화를 내며 말씀하셨다.
“이게 뭐가 더럽냐, 얼마나 깨끗하고 사랑스러운 발인데.”
또 어느 날, 할머니는 자식들이 가져온 맛있는 음식들을 드시지 않고 그저 너희들을 위해 바리바리 챙기셨다.
나는 화를 내며 말했다.
“엄마가 드셔야 할 음식인데 왜 싸주세요?”
그분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내 새끼들 먹여야지. 내가 왜 먹냐. 내가 소화가 되겠냐. 잔말 말고 가서 새끼들 먹여라.”
그 천사들이 자라
한 아이는 성인이 되었고,
또 한 아이는 인생의 길을 결정해야 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세월은 참 빠르다.
중년은 어느새 노년을 향해 걷고 있었다.
지나온 시간 속엔 참 많은 추억이 있었다.
기억하니?
외갓집에서 돌아오는 길, 자동차 유리창이 고장 나
아빠가 비를 맞으며 운전하던 날.
너희들이 추울까봐 윗옷을 벗어 덮어주려 했지만
너희들은 울며 거부했지.
아빠가 감기에 걸릴까 걱정돼서.
승수가 봉와직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서희는 동생 걱정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우울해했지.
서희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땐,
승수가 누나 걱정에 침울해 있었고.
이런 것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숙명,
혹은 사랑이겠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너희에게
아빠는 말하고 싶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울타리 안에서 망설이지 말고,
버릴 것은 버리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라고.
아빠가 늘 말했지.
뒤를 돌아보지 말고,
오로지 너희의 인생을 살라고.
혹시 먼 이국땅에 있을 때
아빠가 죽거든 술 한 잔 따라놓고 절 두 번만 해주렴.
농담 같지만, 진심이야.
너희들이 꼿꼿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
추억은 우리 가슴 속에 살아 있고,
중년의 남자는 노년을 맞이한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기에
그 안에서는 중년도, 노년도, 아빠도, 엄마도 어찌할 수 없다.
이제는 너희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과 함께 늙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 안에서 너희들은
아빠도 어찌할 수 없는 존재다.
사랑한다.
내 딸, 내 아들.
#사랑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