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삶의 새로운 책임과 희망에 대한 질문
늦은 시작, 밀폐된 공간의 기록
밀폐된 공간은 늘 같은 냄새를 풍긴다. 눅눅하고, 지루하고, 무엇보다 권태가 짙게 밴 냄새. 그 공간 속에서 나는 친구 녀석의 늦둥이 소식을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소식과 함께 금반지 하나를 샀고, 우스꽝스러운 인형 옷, 작은 신발과 모자를 골라 예쁘게 포장했다. 그 작은 꾸러미는 친구의 새로 시작된 삶의 무게를 상징하는 것만 같았다.
기쁜 일인데도 온몸은 지루한 땀과 함께 눅눅해졌다. 어쩌면 그건 친구의 몫으로 전가된 감정일지도 모른다. 잡스러운 망상과 이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전율처럼 다가서는 삶의 새로운 국면. 친구 녀석은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셔대며 모든 책임을 진단했다. 세상이 우습게 바라보는 국가 공무원 팔 급이라는 직함 뒤에 숨겨진, 가장의 무게. 그 무게가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함께 더욱 밀폐된 공간처럼 친구를 짓누르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모든 시작이 올바른 궤도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아침이 다가서면, 밤새 맴돌던 고민은 낯선 기억처럼 아무런 말 없이 돌아서는 어설픔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말끔히 차려입었으나 어색하고 초라한 모습. 그 누구의 기억으로도 완벽하게 감당할 수 없는,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삶의 단면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우리의 이야기를 찾는 사람을 만나도, 우리는 때론 조금은 부끄럽고 어색한 기억들을 털어놓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겪어냈다는 사실만으로 그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남아 이 기억의 잔재들을 간직할 수 있다면 좋겠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도, 우리는 함께 이 시간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다시 밀폐된 공간의 어느 곳에서, 우리는 해묵은 술처럼 묵직한 오랜 친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주저리 늘어놓은 유년 시절 추억의 이름을 들춰 낼 때, 우리는 그 아이의 시작과 함께 겪었던 모든 혼란과 정렬을 다시금 깨워야 한다.
이제는 무엇의 이름으로 다시 시작해야 하나. 그 질문은 비단 늦둥이를 맞은 친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삶의 새로운 책임과 희망에 대한 질문이다.
세상에 낳아, 단 한 번 묻고 싶은 그 사람에게. 이 밀폐된 공간에서 시작된 모든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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