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길

종갓집 셋째 딸

by 김진호

가난한 시골 종갓집 시집와서

아들 한번 보지 못하고


밤바람 시린 윤사월

세 번째 딸을 낳으신 어머니


창호지문 비추인 초승달이 왜 그리 서럽던지

눈물 뚝뚝 젖는 아침 미역국이 왜 그리 맛있던지


엄한 시할머니 고샅 싸립문 미시는 소리에

온몸이 미안하고 무섭던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나가버린 서방이

왜 그리 야속던지


그나마 편애(偏愛) 주시던 시아버지


장작하려 작대기 발차며 지게 등메시고

흠흐으음 헛기침에 왜 그리 편해지던지


사흘이 지나 손뼈 시린 냇가 빨래터

주르르 흐르는 눈물에 투영된

앞산 구름하늘이 서럽도록 정겹던지


추억하시는


늙고 병든 어머니의 세월 말들 앞에


초등생 세 아이 어미가 된 셋째 딸이

어머니의 웃자란 손톱을 깎고 있습니다


흐릿이 넘실거리는 호롱불 아득한 기억 속


추억하시는


치매기 깊어지는 늙고 병든 어머니


—200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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