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햄버거
오후 네시 삼십 분이면 아들 녀석을 데리러 유치원을 갑니다. "피노키오 유치원"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전설을 가지고있는 그 유치원의 아이들은 이미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아들 녀석은 이상하리만치 그 전설을 믿고 있습니다.
선생님께 아들 녀석의 이름을 불러주고 녀석이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잠시 유치원의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미끄럼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뒤쪽에서 살그머니 다가오는 한 녀석이 있습니다. 언제나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아비를 놀라게 하여주려는 녀석은 그 모험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오히려 놀라게 하여주는 아비를 반갑게 맞이하는 녀석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우리는 가슴으로 포옹을 하고 이마에 뽀뽀를 합니다. 그리고 오랜 친구처럼 손을 잡고 집으로 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녀석의 손을 뒤로 감춥니다. 놀라게 함의 놀이도 없이... 무엇인가 감추는 녀석의 모습과 싱그러운 웃음 난 살포시 웃습니다. 녀석은 누런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봉지를 내밉니다.
"아빠 꺼야."
오늘은 유치원 햄버거 만드는 실습이 있었던 날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유치원을 일찍 가겠노라고 서두르던 녀석의 행동을 생각하며 아비는 이야기합니다.
"왜? 안 먹었어?"
"포테이토하고 음료수 먹었어. 이건 아빠 줄려고..."
말꼬리를 흐리며 집에까지 자신이 들고 가겠노라고 큰소리를 칩니다. 그러고는 위풍당당하게 집으로 향합니다. 마치 선두에 선 개선장군처럼.
누런 봉투에서 하얗게 싼 봉지를 꺼냅니다. 둥그렇게 말은 봉지를 조심스레 벗기며 아비는 아들에게 말합니다.
"이거 네가 만들었어?"
"응"
"먹고 싶지 않았어?"
"먹고 싶었는데 아빠 줄려고 가져왔어."
가슴에 큰 요동이 칩니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밀려듭니다. 아침에 늦는다고 야단을 치던 내 모습이 하염없이 밀려듭니다.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리던 녀석에게 화를 내던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출근하던 엄마와 헤어지며 발악을 하던 녀석의 엉덩이를 세게 내리치던 내 손바닥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리고 녀석의 햄버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