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길

치과에서

by 김진호

유명종


내 영혼처럼 부실한

이빨을 치료하러

치과에 갔다.

모범생처럼 검진대에 누워

아아, 하세요 하면

아아, 하고

가글 하세요, 하면

의사가 시키는 대로

가글을 했다.


날카로운 핀셋과 발치기구가

예고 없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세포와 근육이 바짝 긴장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육식의 기억을 되살리며

꾹꾹 통증을 참았다.

의사가 잇몸을 찢자

눈앞에서 벼락이 쳤다.

나는 재빨리

몸 구석구석에 저장된 육식의 추억을

발작적으로 호출했다.

이삼일 후면 씹을 수 있을 겁니다.

의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살기를 감추며

일곱 살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갤러리를 닮은 병원을 나오는데

아까부터 지켜본 어항의 물고기가

신부님 같은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얼마를 더 죽여야 만족할 것이냐?

네 몸에 달라붙은 살의를

언제나 버릴 것이냐?

물고기가 따라오며 자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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