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기록들에 관하여
책 ‘미움받을 용기’는 내 인생 책이다. 핑계 많고 우울감에 젖어 사는 내게 해줬으면 하는 말을 들려줬던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에겐 평이 극명히 나뉘었던 책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독서모임에서 이 책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그날 말도 많이 하고 평소답지 않게 농담도 건네고 그랬는데 모임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 말들을 후회하며 그들의 머릿속에 오늘의 내가 잊히기를 바란다.
이렇게 나는 습관처럼 했던 말에 대해 곱씹으며 자책하곤 한다. 그러면서 생긴 고민이 ‘내가 상대의 말을 얼마나 기억해야 하나.’는 것이다.
나는 모임마다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좋은 습관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사람들이 내뱉는 말 중에는 누군가 듣고 잊어버렸으면 하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 건 꽤 되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메모하기 시작 한 건 약 1년 정도다. 일상적인 것을 메모하는 일은 기계적인 업무처럼 느껴져 쉽게 손이 안 갔던 것이다.
그러다 모임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메모를 시작했다. 나는 사람들을 잘 기억 못 하는 편이었는데 일을 할 때나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 사람과의 히스토리를 떠올리지 못해 난처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 사람이 했던 의미 있는 말들을 기억하려고 한 것이 바로 메모였다.
그날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적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대략적인 형태도 알 수 있고, 다음에 만났을 때 이야깃거리도 풍부해졌다. 그래서 남들이 기억하지 못한 것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이게 내 걱정이다.
메모를 정리하며 그것들이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는 것인지 항상 생각한다. 내가 일상적인 것들을 기록하는 건 누군가의 치부가 아닌 그 사람의 전하는 뜻과 의미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누군가를 고발하고 비하하는 폭력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