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자리작가 Oct 18. 2023

어쩌다 러닝

할 수 있는 게 러닝뿐

일단 난 운동과 거리가 멀었다. 처음 러닝을 하려던 당시 유명한 헌팅 게임에 빠져선 눈떴다 잠들 때까지 게임패드만 붙잡고 살았다. 전 세계 헌터유저들이라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지 대충 눈에 보일 거다. 사실 그전에도 별다른 취미가 없던 난 여가시간이 생기면 전부 게임만 붙잡고 살았었다. 글 쓰는 건 가뭄에 콩 나오듯이 하는 소위 말해 입만 살았던 한량이라 하면 적적하겠다.




세상엔 운동이 필요한 부류가 몇 있다. 비만이라던지, 아니면 고혈압이라던지, 체력이 부족하다던지 그런 경우 말이다. 애석하게도 난 이 셋을 전부 안고 있다. 당장 헬스장에 가서 아령이라도 들고뛰어야 할 판이니 서둘러 PT라도 끊어야 옳은 것이었다.

아 물론 이 구제불능 한량은 이러한 깨우침을 겨울잠 준비 중인 곰 마냥 뒤룩뒤룩 살이 오른 몸을 한 채 침대에 뉘어서 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게임에 대한 갈증이 가시자 외면하고 있던 문제들이 찾아왔다. 빚쟁이에 쫓기는 것처럼. 그렇게 도망칠 곳을 떠올리다 멀지 않은 곳에 산책로가 있음을 떠올리며 밖으로 나왔다. 낭비한 시간에 회의감에 후회와 선선하게 불어오는 밤바람에 취해 상념에 빠져들었다.


‘운동... 해야 하는데...’


코로나 시국에 망해버렸다는 유명 헬스트레이너가 떠올랐다. 거리 두기로 인해 운영 자체가 불법이 되어버린 때에 그들의 생계를 걱정하다 문득 실내에선 운동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홈 트레이닝? 내 성격상 5분도 안 돼서 유튜브만 보다 끝날게 분명하다.

산책로 한쪽엔 자전거길이 나 많은 라이더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얼마나 타야 살이 빠질까 생각하려 개뿔 같은 자전거 가격에 포기하기로 했다. 통근을 자전거로 하려 준비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가격표를 떠올려보면 지금의 내겐 쉽지 않은 선택지였다. 더구나 우리나라 자전거 분실률을 생각하면 선택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때 보게 된 사람이 바로 러너였다. 그분은 반팔의 반바지 차람으로 땀에 젖은 긴 머리를 흩날리며 내 옆을 지나갔다.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뛰는 그 모습이 내게는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분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러너분들도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등산복을 입고 조깅하는 어르신부터 평상복을 입고 달리는 남성까지. 뛰는 사람들이 저렇게 멋있는지 처음 느꼈다.

세상이 나를 떠미는 것처럼 상황이 이렇게 돼버리자 그렇게 부정하던 러닝에 대한 생각을 손바닥 뒤집듯 확 바꿔버렸다. 운동이라는 게 원래 숨이 차는 거고, 이 좋은 거리에서 달리는 것도 지루하지 않을 듯했다. 계속하다 보면 재미도 붙을 거고.


‘뛰다 힘들면 그냥 걷지 뭐.’


그렇게 난 러닝을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잊어야 할까? 기억해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