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고파서 그런가? 아님 가을을 타서 그런가. 연애 관련 이야기들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연애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지 아님 청첩장을 많이 받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연애라는 생각을 잘 안 해봤는데 이렇게 누군가를 간절하게 원했던 적은 없었는데. 요즘은 자꾸 누군가를 떠올리고 싶지만 그럴 사람이 없어 공허함만 더해졌다. 외로움을 타는 걸 보면 나도 참 많이 변했다.
여성을 많이 무서워했던 이유는 쉽게 다가가지 못할 어떤 벽을 느꼈기 때문이다. 남들이 느끼는 이성에 대한 벽이 아닌 내가 이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 병을 옮기는 것처럼 큰 죄라 여겼기 때문이다.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걸 극복하지 않고 계속 안고 가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고백할 용기도 많지 않았다. 그나마 몇 번 있던 고백도 참 볼품없었다. 세상에 데이트까지 하고 문자로 고백을 했던 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일이다.
이러니 내가 제대로 된 연애경험이 있을 리 없다. 그나마 짧게 사귄 경험도 남자답지 않은 행동에 '지질하다'는 말을 들으며 차였다. 많이 서러웠는지 헤어지자 말한 후 한참을 말이 없다 울면서 내게 말했다. 내가 너무 부끄럽다고.
이렇게 내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마음들이 다른 이들에게 상처가 된다 여기게 되니 남녀를 떠나 타인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래서 연예인들을 보며 참 부러웠다. 돈을 많이 벌고 사랑받는 것을 떠나 그 사람들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상처가 되지 않을 테니까.
이런 벽을 깨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먼저 이런 문제는 내 사람들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였다. 무한한 사랑을 주는 가족들이나 오랜 죽마고우 친구들은 내가 어떤 사람이든지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주는 사랑이 무가치하다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랑이 아니었다. 내 문제는 완전한 타인만이 줄 수 있는 애정이었다.
낯선 이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란 걸 인정받고 싶었다. 회사나 다른 어떤 이유로 강제적으로 얽힌 것이 아닌 오롯이 개인의 이유로 만나 쉽게 끊을 수 있는 관계에서 꾸준히 내게 주는 애정 말이다. 그게 연애의 감정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받는 호감을 뜻했다. 그러한 관계에서 누군가와 친분을 나눠본 적은 없었다. 목적에 의한 관계 외에는 나는 불편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꾸준히 내가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